‘부통령 짝짓기’ 계절 … 후보 마음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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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버락 오바마에겐 팀 케인 전 버지니아주지사가, 존 매케인에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3일 전했다. WP는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공화당 매케인과 민주당 오바마의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 5명씩을 선정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말에, 공화당은 9월 초에 전당대회를 통해 정·부통령 후보를 확정한다. 케인과 롬니는 WP가 5월 11일 선정했던 양당 부통령 후보 5명 리스트에선 각각 4, 5순위에 그쳤다.

◇버지니아 중시하는 오바마=케인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경선 초기부터 오바마를 지지했고, 그와 하버드대 법대 동문이다. 그러나 케인이 급부상한 것은 오바마에게 버지니아가 그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공화당 지지 성향이 뿌리 깊은 남부 지역에서 오바마가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가 버지니아이며 ‘부통령 후보 케인’은 이를 보장해 주는 가장 확실한 카드란 것이다. 이 때문에 두 달 전만 해도 1순위에 꼽혔던 캐슬린 시벨리우스 캔자스 주지사는 인디애나주 출신 상원의원인 에번 베이에 이어 3순위로 밀렸다. 또 3순위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내 외교통인 조 바이든 상원의원에도 뒤진 5순위로 밀려난 것도 흥미롭다.

신문은 “오바마가 힐러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 여성 표와 노동계층 표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오바마가 투표용지에 ‘(숙적이었던)힐러리’와 ‘(전직 대통령인)클린턴’이란 이름을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롬니 급부상=신문은 매케인의 러닝메이트 1순위로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롬니 전 주지사를 꼽았다. 경제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최우선 현안이 돼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매케인은 안보에는 전문가지만 경제에는 문외한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롬니는 두 달 전 5순위에 그쳤지만 고유가와 실업난 등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미국의 경제상황 때문에 몸값이 급격히 상승했다. 신문은 “매케인은 경제능력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를 확립할 필요가 절실하다”며 “롬니처럼 성공한 사업가를 선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두 달 전 1순위를 차지했던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는 롬니 바람에 밀리긴 했지만 미네소타가 매케인이 주요 승부처로 삼고 있는 요지란 점에서 2순위에 랭크됐다. 이어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매케인과 친분이 두터운 톰 리지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가 3순위를 차지했다. 인도계로 올해 37세에 불과한 ‘젊은 피’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4순위로 후보군에 첫 진입했다. 진달은 매케인의 고령(71세) 논란을 잠재울 카드지만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기엔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공격해온 매케인의 전략에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5순위는 사우스다코타주 출신으로 보수주의 성향이 강한 존 순 상원의원이 차지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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