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에 상투 한보철강 씨름단 이대광 인기독차지'스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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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최근 우리고유의 「민속씨름」은 솔직히 민속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옛모습을 잃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19,20일 이틀동안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96설날장사씨름대회』는 신선했다.국적을 알 수 없는 가운대신개량 한복을 입고 나온 선수들과 심판,조선시대 관가에서 일하던이의 복장을 한 모래판 정리요원에 이르기까지 「민속 되살리기」에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이대광(24.한보철강.사진)선수가 틀어올린 상투였다.공주시청 실업팀에 있다가 95년 새로 창단된 한보철강씨름단에 입단한 그는 텁수룩한 수염에 상투까지 틀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부터 바뀌는 씨름복장이 맘에 들었지만 까까머리가 어색했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그는 지난 1월부터 수염과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그리고 올시즌 오픈전으로 펼쳐진 96설날장사씨름대회에는 「민속장사」의 모습을 완성하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머리를 기르면 시합때 땀에 젖어 불편한 것도 있지만 팬서비스라는 점에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사실 머리를 조금만 기르면상투는 틀 수 있어요.』 2월초 전지훈련에서 체중조절에 실패해이번 대회에서는 16강 진출전에서 탈락했음에도 그는 독특한 외모덕에 뜻밖의 「스타상」을 거머쥐는 행운을 누렸다.
『제겐 큰 보배예요.상패는 집에 가져가 벽에 걸어놓을 거예요.』 어린아이의 순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는 1백만원의 상금을 선뜻 「사랑의 각막은행」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미혼에 무슨 상투냐』는 주변의 타박을 물리치고 상투값을 톡톡히 했다.
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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