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선진화 이룩하자-善心남발이 경제 그리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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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때가 되면 경제가 불안해진다.가뜩이나 강한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해 각종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이것은 시대가 변해도 좀체 개선되지 않는 나쁜 풍토다.
특히 행정부가 집권당을 간접지원하기 위해 선심정책을 남발,경제정책의 기조마저 흔들어놓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벌써부터 나웅배(羅雄培)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한국은행총재 등이 지방나들이에 나서 각종 선심성 경제정책을 남발,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있다. 부총리가 지방에서 발표한 내용 가운데에는 경제원리상 언젠가는 풀어야 할 내용도 있다.이를테면 식당.숙박.이미용업체들에 대한 여신금지조치의 해제라든가,제조업만 우대하고 서비스업에는 불리했던 제조업의무대출제도를 없애겠다고 한 것 등은 타당한조치다.그러나 이들 정책을 하필이면 선거에 임박해서,그것도 구태여 지방까지 가서 발표할 성질인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고 있어 제조업의 투자활동을 격려해야 할 때인데 서비스업종의 여신규제를 없애겠다고 한 것은 다분히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사기 쉽다.따라서 일부에서는 이같은 경제팀의 행태를 선거를 의식한 졸속정책남발 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앞으로가 더 문제다.선거가본격화되고 종반에 이르면 선거전이 혼탁한 가운데 얼마나 많은 선심정책과 공약이 남발될지 걱정이다.
공약남발의 폐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지난 85~94년중 집행된 2백16개사업을 분석한 결과 정치적 요인 등에 따라 이들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낭비와 공사 지연을 초래했다는 것이다.투자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예산을 집중투자했던들 예산의 약 20%(6조4천5백억원)를 절감할 수 있었으리란 분석이다.그것이 선거공약이행 등 정치적 필요성에 의한 예산집행 왜곡으로 그만큼 예산낭비를 가져왔다.
선심성 정책과 공약이 남발될 경우 경제규모가 커진만큼 국민경제전체에 더 큰 주름살을 가져올게 뻔하다.여기에다 최근 인플레심리까지 가세하고 있어 경제팀이「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비장한각오가 없으면 우리는 올 한해 선거후유증에 시달 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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