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금빛 바벨은 나 자신과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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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8년 헤라클레스는 누구?=역도의 꽃은 최중량급(남자 105㎏ 이상, 여자 75㎏ 이상)이다. 이 체급 우승자는 명실공히 ‘헤라클레스’로 인정받는다. 남자 최중량급에서는 호세인 레자자데(30·이란)의 올림픽 3연패 여부에 국제 역도계의 관심이 쏠린다. 인상(213㎏)과 용상(263㎏), 합계(472㎏) 세 부문의 세계신기록 모두 그의 손에서 작성됐다. 최근까지도 그의 기록에 근접한 선수가 없다. 레자자데가 부상으로 불참한 2007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빅터 세르바티스(라트비아)의 기록은 인상 202㎏, 용상 240㎏, 합계 442㎏이었다. 레자자데는 지난해 8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국제대회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최근 재기에 성공하며 이란인들의 걱정을 덜어냈다.

이란 내 레자자데의 인기는 특급 연예인을 능가한다. 2006년 그의 고향 아르다빌에 세워진 ‘레자자데 경기장’은 이란의 최고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은 이란 국영 TV로 생중계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물량 공세를 앞세운 터키의 귀화 요청에 “나는 이란인이다. 이란을 위해서만 경기에 나선다”는 말로 단호히 거절, ‘애국자’의 이미지까지 더했다.

여자 헤라클레스 후보 1순위는 단연 장미란(25)이다.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3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장미란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종합대회 징크스’를 털어낼 절호의 기회다. 여자 7체급 중 4장의 출전권을 지닌 중국이 유일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체급이기도 하다. 중국이 장미란을 의식해 최중량급을 포기한다면 무혈입성도 가능하다. 만약 유일한 라이벌인 중국의 무솽솽(24)이 참가한다면 설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장미란은 “무솽솽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를 꺾어야 금메달의 의미가 커진다”며 각오를 다졌다.


◇유럽발 약물 파문, 남북한엔 기회로=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역도연맹(IWF )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엔트리 제출 전에 잇따라 ‘약물 파문’이 터졌기 때문이다. 올 6월 11일 IWF는 그리스 역도 대표선수 11명에게 2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불가리아 역도연맹도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을 보인 11명에게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켰다. 여기엔 남자 77㎏급 최강자 이반 스토이초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올림픽 역도 사상 첫 4연패를 노리던 하릴 무틀루(56㎏급·터키)도 약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과 북한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77㎏에 사재혁(23)과 김광훈(26)을 동반 출전시키는 한국으로선 중국의 리훙리만 넘는다면 금메달까지 노려볼 만하다. 무틀루의 불참 소식에 북한도 금메달 기대에 부풀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56㎏급 우승자 차금철(21)은 경쟁자 한 명을 떨쳐낸 뒤 바벨을 잡게 됐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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