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해외 불법유출 수법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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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거액 괴자금 밀반출 기도」 사건이 터지면서 실제로 5백억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 해외로 빼돌려질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쏠리고 있다.
국내 외환관리법으로는 제한이 많아 개인이 해외에 갖고 나갈 수 있는 돈은 연간 최고 7만달러(정착비 포함)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융.산업계 관계자들은 법망에 허점이 많아 불법으로 돈을 빼돌릴 방법은 다양하다고 밝히고 있다.
◇견질.지급보증 담보=「괴자금 밀반출 기도」를 처음 폭로한 미MCA사는 『민상기(閔祥基)씨가 지급보증을 이용해 7천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MCA의 주장대로라면 閔씨는 시티은행에 7천만달러(약5백53억원)를 예금하고 예금을 담보로 지급보증을 받은 후 외국의 은행에서 그 지급보증을 담보로 대출받고는 부도를 낼 계획이었던 것이 된다.
그러면 시티은행 서울 지점은 담보를 압류하고 閔씨의 대출금을갚아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또 『가끔 「돈을 국내 점포에 예금할테니 그예금을 담보로 해외 점포에서 대출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출받은 후 돈을 갚지 않겠다는 속셈으로 「견질 담보 대출」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스와프.옵션등 첨단 금융 기법 이용=예를 들어 국내의 B기업이 홍콩으로1백만 달러를 밀반출하고 싶다고 치자.
B기업 홍콩 지사는 홍콩 C은행과 짜고 은행에 전혀 실현 불가능한 옵션을 1백만 달러에 판다.
당연히 그 옵션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B기업 홍콩 지사는1백만달러를 벌었고,C은행은 손해를 보았다.
대신 국내 B기업은 C은행 국내 지점에 예금하면서 실세 금리보다 낮게 받아 C은행에 1백만달러를 보전해 준다.옵션을 이용한 밀반출이다.
스와프(SWAP)등 국제 외환 거래를 하면서 금리를 조작해 돈을 빼돌리는 방법도 있다.
◇대환(貸換)거래=은행과 짜고 밀반출하는 수법.예를 들어 국내의 외국은행 점포가 국내 예금을 정식 계좌로 처리하지 않고 잡수익으로 회계처리한 뒤 외국 본사에 빚이 있는 것처럼 속여 예금을 송금하는 것이다.
예금주는 외국에서 그 돈을 찾으면 된다.
◇환치기=해외에 1백만달러가 있는 사람과 국내에 7억여원이 있는 사람이 서로 맞바꾸는 것이다.7억여원이 있는 사람이 국내에서 돈을 준 후 해외에 나가 1백만달러를 찾아 가지면 된다.
◇유령 회사=기업이 외국에 유령 회사를 설립한 후 마치 해외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여 국내에서 투자 허가를 받고는 돈을 송금해 빼돌린다.
◇해외 수입 빼돌리기=해외 법인의 수입을 실제보다 적게 회계처리해 국내에 송금하지는 않으면서 경비는 국내에서 해외로 계속보낸다. 또 해외에서 구입한 원자재 가격등을 실제보다 부풀린 뒤 국내에서 원자재 가격을 받는 「이전 가격 조작」도 있다.
◇관광객 이용하기=일부 관광회사는 「여행시 1인당 1만달러까지 반출 가능(30일 이하)」한 현 외환관리법을 악용해 단체 관광객에게 돈을 분산시켜 해외로 빼내가기도 한다.
그밖에 직접 현금을 갖고 세관을 몰래 통과하는 방법도 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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