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원하는 대학에 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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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씀 ‘반수생의 하루’ 대학 새내기들이 기말시험을 끝내고 첫 방학에 들떠 있는 요즘. 짧은 캠퍼스의 추억을 뒤로 한 채 다시 입시 전선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 반수생이다. ‘어려운 길’을 택한 안현수(19·H대 자연과학부 1)씨가 자신의 하루를 소개했다. 반수에 성공한 최가영(21·서울대 경제학부 2)씨가 멘토로 나섰다.


  오전 6시30분 분당의 우리 집. 눈을 떴다. 오늘(1일)로 수험생으로 돌아온 지 9일째다. 내가 또 수험생이 됐다니…. 실감이 안난다.
  ‘대학생 시절’엔 오전 10시에도 일어났는데 아직 적응이 안돼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 같다. 씻는 둥 마는 둥 세수를 하고 허겁지겁 엄마가 차려 놓은 아침을 먹었다. 7시10분 집을 나섰다. 걸어서 5분 거리의 학원에서 재수종합반 종일수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고3 시절이 생각났다. 까마득하다. 내가 잘못된 결심을 한 건 아닌지 후회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학원에 들어서자 잡념은 씻은듯 사라졌다. 차분한 자세로 자습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적어도 1시간 전 온듯 하다.
  ‘저 아이들(재수생)은 나보다 5개월 일찍 공부를 시작했을텐데. 뒤늦게 뛰어든 내가 이러면 안되지.’ 눈이 확 뜨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내린 ‘결심’이던가. 당초 나는 대학 입학 전부터 반수를 벼뤘다. 그러나 캠퍼스 생활은 달콤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고 이리저리 쏘다니고. 아! 이 해방감. 재도전의 각오는 흐려지고 현실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던 중 계기가 왔다. 같은 학부의 아이들이 반수를 한다며 하나 둘 사라지는 게 아닌가. 목표였던 서울대가 떠올랐다. 농생명과학부 2단계에서 떨어졌지만 이 학교엔 장학생으로 들어온 나다. 예서 안주할 순 없었다.
  오후 3시10분 학원 수업이 끝났다. 곧바로 인근 독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정까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다. 독서실에 도착하자마자 수Ⅰ 문제집을 펼쳤다. 매일 하루 5시간씩, 수학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 수리영역에서 3등급을 받아 크게 마음 졸였기 때문이다. 지난 1주일동안 수Ⅰ·Ⅱ, 심화미적 개념서 2권을 이미 독파했다.
  오후 9시까지 수학책을 잡았다.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문제집을 풀었다. 지난해 1등급을 받은 언어·외국어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EBS 문제집으로 하루 3~4강씩 푼다. 두 과목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두 40강 넘게 풀었다.
  과학은 지난 주말 고교 때 보던 개념서와 프린트물로 기본 개념을 훑었다. 물리·화학 등 한 과목의 개념들을 익히는 데 3~4시간씩 걸렸다.
  휴우~. 이 정도면 반수의 출발선 점검은 끝난 것인가. 목표는 서울대 전자전기공학부다. 작년보다 한단계 올렸다. 다니던 대학은 제적당하더라도 좋다. 마지막 선택이니만큼 죽어라 공부하자. 자정이 넘었다. 내일도 열심히 공부하려면 잠을 자야지. 집으로.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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