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한국상품>4.南美-가전품 없어 못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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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일즈에 있어 고객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철칙이지만 남미에서 우리 기업들은 아직 이 원칙을 그다지 중시하는 것같지 않다.한국산 전자제품을 찾는 현지인들은 소량주문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페루 수도인 리마 중심가인 프레스코 거리에서 수입 가전제품을판매하고 있는 호세 루시니(38.루이전자대표)는 『한국사람들은적은 물량은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불평한다.그는 『이탈리아제 면도기의 경우 3백개,값으로 쳐 미화 1만 8천달러 가량을주문해도 제때 잘 오는데 한국기업들은 10만달러는 넘어야 관심을 보인다』고 꼬집는다.
아직까지 원시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유통망에 따른 애프터서비스의 부족도 한국제품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상파울루에 있는 일본계 무역회사원으로 한국산 냉장고를 산 루이시 로페스(28.여)는 『냉동실 뒤편에 성에가 많이 생 겼는데 이를고치는데 거의 한달이 걸린 적이 있다』며 『일제는 비싼 것이 흠이지만 고장났을 경우 하루만에 해결해 줬을 것』이라고 듣기 거북한 비교를 했다.
이같은 불평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중남미시장에서 한국 가전제품은 전반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터줏대감인 일본의 소니.파나소닉.내셔널.아이와등을 제치고 힘찬 약진을 해 나가고 있다.예를들어 페루의 경우 94년 1~9월에서 95년 1 ~9월까지 1년사이에 판매신장률은 VCR 1백58%를 비롯해 냉장고 1백%,컬러TV 61% 정도다.특히 컬러TV.오븐.세탁기및 VCR등의 품목은 페루시장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94년에 1억6천6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보였던 브라질에서도 기세는 엇비슷하다.95년 1~8월까지의 실적만 해도 2억6백만달러로 94년 전체수출보다 1.2배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괄목할만한 신장세는 『품질이 최고의 마케팅 』이라는 단순한 원칙을 실현한 결과다.일본이나 유럽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10~20%정도 낮은 가격이 소비자들을 잡은 것이다.특히 엔고는 한국산으로 하여금 일본제품의 독주를 따라잡게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남미 국가들의 변덕심한 통상정책은 수출전선의 장애물이다.브라질이 지난해 3월30일을 기해 자동차.직물.가전제품등 한국 주력상품에 대해 수입관세를 70%까지 인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브라질 수출에 큰 부담을 안겨준 것은 물 론이다.
한국의 전자제품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제품신뢰도와 인지도의 제고다.그동안 일본등 선진국 유명 브랜드에 익숙해진 고소득층 소비자를 파고들 수 있는 획기적인 광고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상파울루 한국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로 된 광고문안.팸플릿 제작등에서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TV.신문광고등에 이르기까지 현지 에이전트들의 홍보작업에 한국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 목에서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리마=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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