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헬스케어 회사 대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필립스의 미래는 가전이 아니라 헬스케어와 에너지 관리사업에 달렸습니다.”

최근 서울 이태원동 필립스전자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영(56·사진) 사장은 “한국 기업들도 필립스 본사의 변신을 벤치마킹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12월 필립스전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 한국법인의 체질을 본사처럼 헬스케어 기업으로 바꾸는 데 진력해 왔다.

그는 필립스전자에서 25년간 초음파 기기와 같은 의료기기 분야에 종사해온 헬스케어 전문가.

그는 가전업체인 필립스가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필립스는 이미 6∼7년 전 헬스케어 사업으로 방향을 정해놓았다는 것.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정리한 뒤 51억 달러를 주고 ‘레스피로닉스’라는 미국의 홈 헬스케어 기업을 인수한 것도 변신의 일환이다. 그는 “지금은 헬스케어가 필립스 전체 매출의 24% 정도지만, 수년 내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의 사업 방향은 병원뿐 아니라 각 가정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이다. 침대나 시계 등에 혈압이나 맥박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달고 여기서 나오는 정보를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해주는 등의 방식이다.

그는 요즘 심장마비가 왔을 때 전기충격을 주는 자동제세동기 보급에 힘쓰고 있다. 심장마비가 오면 4분 내 응급처치가 중요한데, 의사와 같은 응급의료 종사자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응급의료 종사자 아닌 일반인도 일정 교육을 받으면 응급처치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다. 올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00년 4월 서울 잠실구장에서 롯데 임수혁 선수 주변에 자동제세동기만 있었어도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학교와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에너지 매니지먼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 거리의 가로등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40% 정도 줄여주는 조명기기를 경기도 안양의 경수산업도로 주변에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