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무차별 原則의 '카우보이'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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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는 지난해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자유무역을 크게신장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가 수입품을 차별한다고 이 기구가 판정하면,차별행위를 철폐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미국상품을 차별할 때면 미국은 무차별원칙에 어긋난다며 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우 리나라는 판정을 기다려 보기도 전에 미국과 타협해 왔다.
1993년 미국 환경보호국은 베네수엘라 및 브라질산 휘발유에미국산 휘발유보다 엄격한 오염물질 포함기준을 적용 하도록 했다.그 결과 이들 두 나라의 대미(對美)휘발유수출은 거의 봉쇄됐다.두 나라는 이를 차별규제라며 WTO에 제소했 고 지난달 분쟁심판위원회는 미국의 환경보호규정이 무역에 관한 차별금지조항의침해,즉 무차별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조야에서는 WTO가 환경보호를 위한 규범을만들 수 있는 미국의 자주권을 침해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이 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할 것을 주장하는 소리도 일부 나오고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무차별원칙을 내걸고 미국산 상품에대한 우리나라의 차별조치 철폐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 온 캔터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고 평한 것이다.
지지난해 한국은 제반 국내여건상 대형차증가를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대형차 중과세정책을 추진하려 했다.그런데 미국무역대표부가대형차 중과세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對) 한국 자동차수출을 차별하는 정책이라며 WTO에 제소하겠다고 으 름장을 놓자 결국 우리나라는 대형차 중과세정책을 후퇴시켰다.
비록 내국세 규정이지만 외국산을 「결과적으로」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우리의 대형차 중과세방침을 후퇴시켰던 미국이 지금 국산 및 외국산 휘발유에 「명시적으로」 차별기준을 적용한데 대한 WTO의 판정에 불복하고 나선 것은 놀 라운 일이다.
그것은 마치 다른 나라는 모두 무차별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미국만은 예외라는 「카우보이」논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대선 경쟁자들을 포함한 일부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방향으로 WTO판정이 처리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손정식 한양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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