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中 건축에 '風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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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은 공사판이다. 어디를 가나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건설 붐을 타고 봄을 맞은 이들이 있다. 중국에서 흔히 '지리 고문(地理 顧問)'으로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 때론 투자 고문으로도 통한다. 쉽게 말하면 풍수가(風水家)다. 건물을 보러 오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우선 풍수부터 따져 지리 고문의 조언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직위가 낮은 사람은 문 가까이 두고 고위층은 안쪽에 자리 잡으라''업무용 책상이 창을 등져서는 안 된다' 등등. 터와 건물 내부 배치까지 세세하게 관여하고 받는 대가는 건물 면적 1㎡당 100위안(약 1만3000원) 정도의 '고액'이라는 게 네이멍구(內蒙古) 출신 풍수전문가 천융푸(陳鏞朴)의 설명이다.

이미 5개 대형 기업의 지리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한 해에 보통 30~40건의 풍수 자문에 응하고 있다. 또 다른 풍수가로 1989년 영업을 시작한 쥐톈중(巨天中)에 따르면 홍콩과 대만에선 심할 경우 건축비용의 50%가 지리 고문 비용으로 나간다. 현재 중국에서 알려진 최고가 지리 고문 비용은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의 한 건축물로 5000만위안이 지급됐다는 게 巨의 이야기다.

물론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퉁지(同濟)대학의 건축학 교수 차이다펑(蔡達峰)은 "한낱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풍수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고 혹평한다. 그렇지만 '풍수는 사람과 건물,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란 톈진(天津)대학 건축학 교수 왕치헝(王其亨)의 말이 중국에선 더 유행이다. 채광과 통풍, 공간 이용, 색조 배합을 적절히 할 경우 심리적 안정감을 줘 건강도 증진되고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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