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새 지도부, 등원부터 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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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새 지도부는 국회 등원부터 결정해야 한다. 당은 또다시 소리(小利)에 얽매여 등원을 흥정하려 해선 안 된다. 쇠고기 국제 협상을 무력화시키는 국내법 개정을 조건으로 삼거나 시위대의 폭력을 두둔하면서 등원을 거부하면 새 지도부가 헌 지도부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새 지도부의 등장으로 등원을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새 술은 새 부대’만큼 좋은 명분이 어디에 있는가. 민주당의 직무유기로 60년 헌정사상 처음 새 국회의 첫 회기에서 국회의장조차 선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촛불집회도 그만 하고 민주당도 등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다.

새 지도부를 맞아 당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당은 통합민주당이란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꿨다. 민주당이란 이름은 민정·민자·신한국·한나라로 이어지는 보수세력에 맞서 진보 야당의 정통성을 유지했었다. 당은 이제 그 이름값을 차용하려는 것인데 화장을 아무리 고쳐도 실질이 바뀌지 않으면 과거 영광의 재생이 어렵다.

당은 대선·총선에서 참패했고 의석은 81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동안 이념의 허울에 사로잡혀 민생이란 실용을 놓쳤기 때문이다. 당은 대선 후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잠시 실용적 진보를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와 쇠고기 정국을 거치면서 다시 이념의 포퓰리즘으로 돌아가 버렸다. 작심 3일이었다. 이번에 최고위원단에 송영길·김민석·안희정 등 386 출신이 진입했다. 이들은 오랜 정치생활을 통해 이념정치의 한계를 인식했을 터이므로 386을 뛰어넘을 수 있다. 정세균 대표와 함께 이들이 민주당의 실용적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당은 색 바랜 이념이나 포퓰리스트 정략에서 벗어나 민생에 천착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에 대한 대안세력 또는 견제야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제3차 오일쇼크에 민생은 가슴이 탄다. 당은 언제까지 광우병, 인터넷 언론탄압이나 공안정국 같은 포퓰리스트 구호에 매달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