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이상 복용해야 면역력 높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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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30면

서울 신촌에 사는 회사원 김은미(27·여)씨는 ‘홍삼 예찬론자’다. 김씨는 “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려 보낸 것이라 처음엔 억지로 먹었는데 1년쯤 먹다 보니 피로감이 줄어든 게 확실히 느껴진다”며 “요즘엔 심리적 안정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삼이 건강보조식품의 왕이라는데

김씨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단연 홍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홍삼 제품의 비중(매출 기준)이 45%에 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업계에선 홍삼 관련 제품 시장 규모를 7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윤우욱 매니저는 “홍삼 제품은 설날·추석 성수기 때 연간 매출의 4분의 1을 올리지만 평소에도 찾는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식품매장에서 매년 3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보기 드문 제품군”이라고 말했다.

홍삼 가공품을 살 때는 원재료와 함량, 유통기한 등을 체크해야 한다.

홍삼 제품 시장의 맹주는 ‘정관장’으로 유명한 한국인삼공사다. 1996년 전매제 폐지 뒤에도 브랜드 파워가 유지된 덕분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200억원. 시장점유율 70%대를 자랑한다. 농협이 ‘한삼인’ 브랜드로 뒤를 쫓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최근엔 대상·CJ·동원F&B·웅진식품·천지양 등 주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냈다.

6년근? 4년근?

홍삼은 인삼을 섭씨 86도쯤에서 6~24시간 쪄서 말린 것. 색이 붉어 홍삼(紅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분이 14% 이하여서 장기 보관하거나 가공하기가 쉽다. 홍삼이 갓 캐낸 수삼(水蔘)이나 백삼(白蔘·수삼을 햇볕이나 바람에 건조한 것)보다 인기가 높은 이유는 효능이 뛰어나서다. 한경호 인삼과학연구소장은 “홍삼 가공 과정에서 인삼의 숨겨진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며 “생삼에 비해 최고 세 배 이상의 사포닌 성분을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홍삼의 효능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식의약청이 공인한 것만도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 혈류 개선 등이다. 이 밖에 성기능 개선, 스트레스 해소, 기억력 향상, 노화 방지, 항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대로 효능을 보려면 3개월 이상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삼을 먹어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두세 달쯤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홍삼 제품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농축액·분말(캡슐)과 액상 타입 등 ‘정통 제품’을 비롯해 젤리·초콜릿 형태의 제품도 나와 있다. 홍삼 제품별 매출을 보면 액상 타입 제품, 농축액, 뿌리삼, 과자·절편류, 분말 순이다. 2~3년 전부터 ‘20대 여성용’ ‘수험생용’ ‘어린이용’ 등 맞춤형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수험생용은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빌베리 추출물을, 어린이용은 성장 발육에 좋은 녹용을 첨가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액상 타입 제품은 1회분씩 파우치에 담아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농축액은 홍삼을 물·알코올과 섞은 용액이다. 색이 진하며 꿀처럼 점성이 강하다. 주로 물에 타서 차(茶)처럼 마신다.

홍삼 제품은 품질 좋은 홍삼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진다. 100% 홍삼만으로 만든 독삼탕은 10만~36만원(30포 기준), 녹용·당귀·대추 등 한약재를 섞어 우려낸 혼합탕은 5만~17만원쯤 한다. 업체마다 조금씩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동원F&B ‘천지인’은 4년근 홍삼을 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포닌 함유량은 4년근이나 6년근이나 거의 비슷하다”며 “6년근보다 값이 40~45% 저렴한 4년근을 이용하는 것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CJ가 히트시킨 홍삼 드링크 ‘홍삼 한뿌리’도 4년근으로 만들었다. 대상 ‘홍의보감’과 웅진식품 ‘장쾌삼’은 발효 홍삼을 쓴다. 홍삼을 미리 발효시키면 체질과 몸 상태 등에 관계없이 사포닌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고를까

홍삼 제품을 살 때는 반드시 성분 분석표에 표시된 원재료와 함량, 섭취 방법, 유통기한 등을 살펴봐야 한다. 함량 표시에 ‘고형분’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수분을 제외한 순수 홍삼 결정체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고형분 60%’라는 말은 홍삼액 100g 중 홍삼이 60g 들어 있다는 뜻이다. 국내 농축액은 고형분 60%에 g당 사포닌 함량 70㎎을 최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홍삼 제품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농축액은 240g들이 한 병에 10만~20만원쯤 한다. 최고급으로 쳐주는 천삼 농축액은 100만원을 호가한다. 업계에선 “기후와 토양이 적절한 지역에서 최소 4년간 인삼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가 적정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홍삼 제품을 싸게 사려면 금산·풍기·강화·진천 등 산지에 직접 가면 된다. 인삼공사 제품에 비해 30~40% 싸게 살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도 10% 정도 구입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홍삼 제조기를 사서 직접 달여 먹을 수도 있다. 수삼과 백삼 등을 물과 함께 넣으면 저절로 홍삼액을 만들어 내는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홍삼 제조기 값도 100만~200만원쯤 한다. 요즘엔 백화점·대형 마트 등에서 홍삼 제조기를 이용해 즉석에서 홍삼액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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