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대신 ‘공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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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05면

“요즘 미술학원에서 창의력을 개발한다며 퍼포먼스 아트 쪽으로 많이 시도를 하잖아요.” 미술치료의 현황에 대해 묻자 전문가 임나영씨가 문제점 하나를 짚어준다. “하지만 물감을 벽에 던지고 흩뿌리고 하는 방식이 필요한 연령이 따로 있고 대상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올해 초 미술치료실을 찾아온 김민용(초등1·가명)군은 학원에서 배운 대로 집에서도 마음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등 이른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더 심해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미술치료실 탐방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미술치료실에는 물감·크레파스 등 일반 미술 재료도 있지만 작은 풀장과 모래밭처럼 산만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재료들, 이를테면 밀가루·헝겊·쿠킹호일 등 비미술 재료와 스파게티·과자 같은 음식 재료도 갖춰져 있어 흥미로웠다.

미술치료는 임상심리 전문가들이 사용하던 그림검사를 심화·응용하는 데 미술치료사들이 참여하면서 출발했다. 초기엔 주로 ‘진단’의 도구였다. 인터넷의 미술치료 관련 게시판에 ‘우리 아이가 이런 그림을 그렸는데 분석 좀 해주세요’ 같은 질문이 많이 올라오는 까닭이다. 이런 문의에 섣불리 답을 내놓고 유형화시키는 것은 위험하지만, 현재도 미술치료는 자기분석이라든지 자기개발·성숙 같은 내밀한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것이 바로 미술치료가 붐을 이루는 한 원인이 되었다.

미술치료연구센터(katc.org 02-476-9725)에서 4학기제로 운영하는 ‘미술치료사 양성 교육 과정’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미술치료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미술치료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치료’를 받는 대신 ‘수강’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나 자녀 교육 등에 스스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다.

직장생활의 전환점을 찾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변화의 계기를 발견하는 사례도 많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활력소를 찾고 개인 문제도 풀어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 세 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한 한기당 15주 과정에 45만원이며 수료하고 나면 임상실습과 시험을 거쳐 미술치료사 자격증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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