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음악-한국식 랩 "난 알아요"로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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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사의 한 대목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홀연히 가요계를 떠났다.80년대의 조용필이 그랬던 것처럼 92년 「서태지…」의 혜성과 같은 출현은 국내 대중음악을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분수령을 이뤘다.
「서태지…」의 데뷔음반은 실로 혁명적인 작품이다.발음구조상 한국어로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됐던 랩을 거뜬히 소화해 당시 문화시장의 주력소비자로 떠오르던 신세대들 사이에서 일대선풍을 일으켰다. 이후 랩은 국내 가요시장을 지배하는 주류장르로 자리잡았다.이듬해 2집은 그들이 단순한 1회성 스타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 명반.지금 들어보면 아무래도 설익은 느낌이 나는 『난 알아요』와는 달리 2집 수록곡들의 음악적 구성은 완벽에 가까웠다.특히 『하여가』의 간주에서 태평소 반주에 랩을 읊조린파격은 경악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서태지의 실험정신은 94년 3집에서 절정에 이른다.9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타고 있는 얼터너티브 록을 도입한 것.3집은 과감하게도 통일문제.제도권교육의 모순을 표현했다.음반판매량은 전작에 비해 줄어들었고 방송출연도 순조롭 지 못했지만오히려 그의 추종자들은 성인층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4집은 평가가 엇갈렸다.『슬픈 아픔』『필승』등의 얼터너티브 록은 한결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을 받았다.하지만 갱스터랩이란 장르를 처음 도입해 만든 『컴백홈』은 『표절은 아닐지라도 전작에서 보여준 음악적 독창성을 찾 기 힘든 단순모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4장의 정규음반외에95년초 발매한 2장짜리 라이브 앨범은 1집에서 3집까지의 히트곡이 망라돼 있고 이주노.양현석의 솔로와 함께 시나위시절 동료인 김종서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 는 이색앨범.
또 록밴드 시나위의 4집에서는 고등학교를 석달만에 중퇴한 18세 미소년 서태지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르고 베이스 주자로 활동하던 때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서태지의 음악적 토대는 그가밝힌 것처럼 시나위 시절과 그 이후 독학으로 컴 퓨터 음악을 익히며 세계 팝음악의 조류를 섭렵하던 2년간의 모색기동안 이뤄진 것이었다.
한편 가요계는 지금까지 5백50만장이 넘게 팔린 음반과 각종CF출연료등으로 이들의 4년간 수입은 모두 1백억원대에 달하는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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