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노동자를 싣고 가는 아홉대의 버스2"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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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현재 대학로 무대에 올려지는 많은 연극중 오늘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노동자를 싣고 가는 아홉대의 버스2』(김병균 연출)는 다소 특별한 작품이다.자극적인 제목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연극들이 난무하는 그곳에서 「노동자」를 내세운 제목은 눈길을 끈다. 그러나 『노동자…』는 따뜻했다.친구들과 두런두런 살아가는얘기를 나누는 듯한 정겨운 분위기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지 않으면서 여운을 남겨주었다.제목에서 알쏭달쏭 느껴졌던 「아홉대의 버스」의문은 극이 시작되면 서 금방 풀린다.말하자면 이 작품은 모두 9개의 각각 독립된 이야기들로엮어진 옴니버스 연극이란 것이다.
9개의 독립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사람은 주인공영철.노조활동 때문에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출한 아내를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노동조합 사무실,직업병에 걸린 사내와 그의 젊은 연인,공장다니는 남편을 둔 아내,술에 취한 회사원들의이야기….사실성을 한껏 살린 이 이야기들은 한편으론 안타깝지만애틋함을 느끼게 했다.
거창한 대사나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없지만 작품 속엔 번역극 코미디가 줄 수 없는 의외의(?)웃음도 있었다.연출자와 배우들이 작품에 쏟아부었을 땀과 열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극이 시작하기전 제작과정을 설명하며 보여준 마임장면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별로 풀어준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장황하다는 느낌이었다.공연도중 관객참여로 펼쳐지는 토론시간등을 감안하면 공연전 제작에 대한 설명은 줄이거나 생략해도(프로그램에 나와 있으니까)될 것 같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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