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생각하는우리교육>96학년 대입시험 어떤 숙제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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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 대학입시도 여전히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겼다.
대학 입학시험제도는 중등교육 정상화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져 왔다.이에 따라 수능시험과 논술이 도입된지 3년.내년이면 또 바뀌는 대입제도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게 될 수능시험과 논술고사를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뒤돌 아볼 때인 것같다. 우리 고교 교실은 논술시험 준비는 물론 수능시험을 준비시키기도 벅차다는 게 솔직한 현실 진단이다.학생 개인차가 큰과밀학급에서 다양한 독서와 토론을 통한 창의적 학습을 하거나 통합교과적으로 이끌어 갈만한 여건은 물론 힘도 달린다는 것이 교사들의 고백이다.게다가 교사도 풀지못할 수학문제나 이해하기 어려운 논술 문제들은 이런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자연히 무분별한 학습지의 만연이나 학원.개인 과외의 성행으로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잖아도 자꾸 바뀌는 입시에 불안해 하고 학교가 못미더운 학부모들에게 「실력별 소수반편성에 논술.수능 대비」를 앞세우는 과외는 뿌 리칠 수 없는상품이다.더구나 올해 대학들의 논술문제들을 본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논술준비를 위해서라면 재정적 희생을 각오하겠다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장의 어려움,과외의 만연등은 구체적으로 현장조건의 고려없이 시험제도의 변경에만 의존하는 우리 행정부의 정책수행 스타일에 기인한다.분석.암기.응용등 복합적 사고를 요하는 수학능력시험과 논술시험을 도입했다고 해 그러한 능력이 자동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닌 것은 뻔하다.
창의성과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가지조건이 중등교육현장에 전제돼야 한다.
우선 학교 분위기가 토론이 이뤄질 수 있게 자유로워야 하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풍토도 전제돼야 한다.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에 따른 소집단화도 불가결하다.단답식.객관식 시험보다 보고서 작성등 평가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또 통합교과적 수업이 되도록 교사들이 팀을 이뤄 다양한 교재개발과자료를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해 고3생을 지도해 본 교사들은 무엇보다 단기적으로는 사서교사가 있는 도서관,교사들의 강의준비를 위한 교육자료,시간확보등 현장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전형요건을 정하게 되는 내년 입시를 위해 대학들의 전형자료나 시험 목적및 정의.기준등의 개념화 작업과 현장을 감안한 시험출제를 하는 것이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역시 중요하다.
입시개혁에서 단기적 혼란은 불가피하다.그러나 이런 준비 없이현장보다 앞서가는 제도의 도입은 결국 몇년후 누군가 또 하나의개혁을 주장하는 결과만 되풀이 할 것이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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