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매도된 'KAIST 도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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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최고의 고급과학기술 인재양성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과기원.원장 尹德龍)이 서울분원 부정입학 문제로 71년 설립 이후 최대시련을 맞고 있다.
지난 25일 尹원장이 지난해 서울분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내용을 밝힘으로써 알려진 이번 사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尹원장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실상을 알리고 신속한 처리에 나섰고 관리감독기관인 과학기술처도 26일 곧바로 서울분원의 조속한 폐쇄등의 처리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과기원과 과기처의 신속성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과 오해를 낳고 있어 다소 성급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당장 감사원이 지적한 부정입학 의혹 학생 2백84명 가운데 현재 재학중인 2백47명중 1백7명은 그동안 자체조사결과 기업에 재직중임이 입증돼 부정입학생의 의혹을 벗게됐다.나머지 1백40명중에서도 도중에 직장을 옮긴 경우등 합당한 사유로 의혹을벗게될 학생이 많아 실제「무자격학생」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당초 이같은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은채 서둘러 발표함으로써사건을 되레 부풀린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기처는 이번 사태 수습책으로 서울분원 조기폐쇄를 제시함으로써 고등과학원을 서울분원 자리에 설립하기 위해 서울분원의 대덕이전을 추진해온 과기처가 이번 사태를 이용하려 한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서울분원 교수와 학생의 반발로 서울분원의 대덕 최종 이전시기가 98년8월로 정해진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당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이번 서울분원 사태도 정도이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 여느 입시부정과 달리 서울분원의 경우 금품수수등의 이권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입학때 제출하게 돼 있는 재직증명서의 허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행정상의 실수와 우수한 학생을유치하기 위해 학칙을 어긴 일부 교수들의 욕심이 이번 사건의 화근이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규정 위반에 대한 합당한 처분은 받아들이겠지만 서울분원을 부도덕의 온상으로 보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한 교수의 한탄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신중한 사후처리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차진용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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