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는 학교를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려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전교조가 전국 초·중·고교를 혼란과 갈등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 전국 9000여 개 학교의 전교조 분회 소속 교사들은 어제부터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이명박 교육정책 전면 철회 촉구’ 내용을 담은 현수막 걸기에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가정통신문도 보내기로 했다. 초·중·고 교정을 반정부 구호가 나부끼는 살풍경한 곳으로 만들고 학생·학부모를 선동하겠다는 게 아니고 뭔가.

전교조가 학교 안에서 사회·정치적 사안을 쟁점화해 학생·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반(反)교육적 행태다. 학교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교사가 학생에게 편향적인 정치적 입장을 주입하려는 것은 교사의 기본적 양식마저 내팽개치는 거나 다를 게 없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된 마당에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유통되면 학생들의 급식을 지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불안감을 부추기는 게 교사가 해야 할 일인지도 의문이다. 교육정책 반대 문제도 그렇다. 전교조 사무실에 모여 자기네끼리 토론하고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이다. 왜 학교 안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정책 반대 주장을 외치는가. 학생들을 선동해 교육정책 반대 시위에 내몰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전교조 소속 교사도 노조 조합원이기 이전에 엄연한 교사다. 전교조의 본령이 정치 참여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전교조는 학교를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지 말라. 학교와 학생을 전교조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학교장 승인 없이 현수막을 게시하고 가정통신문을 배포하는 불법행위를 당장 그만두라. 전교조의 행태가 감수성 예민한 학생에게 어떤 해악을 끼칠지는 자명하다. 아무리 교권이 실추된 세상이라 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의 말과 행동을 보며 배우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학생들을 망치는, 돌이킬 수 없는 우(愚)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