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TV토론 있으나 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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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디어 선거를 지향한다면서 합동.정당연설회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한 TV토론이 시들하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낮 근무시간이나 심야에 주로 편성된 데다 일부 후보가 불참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지지율이 낮은 무소속 후보들에게는 토론회에 참석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있다.

9일 광주와 전남.북 다섯 선거구에서 열린 총선 후보 TV토론회는 모두 오전 10시~오후 2시에 방송됐다. 지난 5일 열린 부산 사하갑, 경북 영주 선거구의 토론회는 오후 11시35분 시작해 오전 1시30분에 끝났다.

유권자 최모(43.회사원.경북 영천시 도동)씨는 "TV토론을 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회사원 김봉주(46.광주시 북구 운암동)씨는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을 비교 평가할 기회가 없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선관위 한연정 홍보계장은 "선관위가 토론회를 중계하는 방송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세트.조명.음향 사용료 등을 합쳐 500만원 안팎이어서 주요 시간대를 잡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이 TV토론을 외면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9일 오전 열릴 예정이던 광주 서갑 토론회는 한 유력 후보의 참석 거부로 무산됐다.

8일 오후 대전방송(TJB)이 주최한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 토론회에 불참한 모 후보는 "토론회가 후보의 약점을 헐뜯는 등 발목 잡기에 그칠 가능성이 커 불참했다"고 말했다.

광주.대구=구두훈.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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