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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9도 微熱 지속 늑막염등 중병 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수개월전부터 반복적인 열감과 전신쇠약감에 시달려온 K(32)씨는 자신의 증상을 오래 끄는 감기몸살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S대 병원이 내린 그의 진단명은 치명적인 악성림프종.
감기주사 한대를 기대했던 그는 현재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중이다. 38도 근처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미열과 함께 잠잘 때 식은 땀을 자주 흘리던 Y(6)군.
처음엔 몸이 허약한 것으로 생각해 보약을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밝혀진 그의 최종 진단명은 결핵성 늑막염으로1년6개월이상 결핵약 복용이란 장기처방을 받아야 했다.
뚜렷한 이유없이 수주이상 열이 계속되는 이른바 불명열(不明熱)로 낭패를 본 대표적 사례들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불명열 속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질환들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강원(崔康元)교수팀의 최근 연구결과에서도▶결핵▶악성림프종▶혈관염과 같은 결체조직질환등 난치병들이 국내 불명열 환자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명열은 실제 이들 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시되는 증상의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許大錫)교수는『한국인의 악성림프종은 목주위 림프선이 붓고 덩어리가 만져지는 서구인 특유의 전형적 증상보다 장시간 지속되는 불명열과 피로감등 막연한 전신증상이 주증상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결핵에서의 불명열은 보통 폐결핵보다 위중한 경우를 의미한다.
『늑막이나 뇌.간등 폐 이외의 장기로 결핵균이 퍼졌을 때 불명열이 자주 동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김성규(金誠圭)교수의 설명.
이밖에 복부에 고름주머니가 생기거나 에이즈.장티푸스에 감염됐을 때도 불명열이 발생할 수 있다.
「열=해열제 복용」식으로 조건반사화된 우리 국민들의 그릇된 건강인식도 요주의 대상이다.
열은 인체이상을 호소하는 자연방어현상이며 체온1도 상승은 13%의 산소를 더 필요로 할 정도로 질병을 극복하려는 비상수단의 하나라는 것.
39도를 넘지 않는 한 고열 자체로 인한 인체피해는 무시해도좋으므로 이 경우 해열제 남용은 금물이다.
따라서 열만 나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같은 해열제 복용은 단지 체온계 눈금만을 정상수치로 떨어뜨릴 뿐 원인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한다.
의학적으로 특히 문제시되는 체온은 38도와 39도사이를 오르내리는 미열(微熱)로 이땐 체온 자체보다 지속기간에 주목해야 한다. 만일 감기등 뚜렷한 이유없이 1주일 이상 이러한 미열이계속된다면 심각한 원인질환이 내재된 불명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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