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강경 이미지쇄신' 家臣들 접근금지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왜 자꾸 멀리 피하는거요.』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화를 냈다.정희경(鄭喜卿)지도위부의장에게 옆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했는데도 멀찌감치 앉았기 때문이다.鄭부의장은 『지역구에 나설사람이 옆에 앉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그러나 金총재는기어코 옆에 앉 도록 했다.
그 다음 회의 때도 鄭부의장은 멀리 앉았다.이미 옆자리는 다른 당직자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金총재는 보름전 부터 자리마다 이름을 붙이도록 했다.
金총재 옆에는 당직자들이 서로 밀치고 접근한다.눈도장도 찍고,신문.방송에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총애를 받는 측근으로 보일 수도 있다.
몇년전에는 K.R의원등이 매번 옆자리로 밀치고 들다 질책을 받기도 했다.어떤 의원은 차려진 식탁앞에서 『총재님 식사하시죠』라는 말도 귀엣말로 하며 신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창당준비위 회의.金총재 옆자리에는 기존 당직자들이 잔뜩 몰려있었다.그러자 金총재는 본인이 자리를 옮겨버렸다.
金총재가 옆자리에 앉는 사람을 가리는 것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국민회의를 만들면서부터는 가신들은 일절 가까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귀엣말도 금지시켰다.
金총재는 여성 당직자들을 옆에 세운다.13대때 박영숙(朴英淑)의원,14대때 이우정(李愚貞)의원이 옆자리를 지켰다.
한 측근은 『과거 독재정권이 만든 강경 이미지를 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어쨌든 鄭부의장이나 신낙균(申樂均)부총재,추미애(秋美愛)부대변인등은 단골 「옆자리」다.26일 시의원 전진대회 리셉션장에서도 여성시의원들을 옆에 세웠다.
그밖에는 중소기협중앙회회장이었던 박상규(朴尙奎)부총재도 항상옆자리에 앉힌다.기존 당직자 가운데는 정대철(鄭大哲)부총재도 싫어하지 않는 기색이다.비호남에 젊고,온건하고,참신한 이미지를좋아하는 것이다.
요즘은 박선숙(朴仙淑)부대변인이 가장 바쁘다.金총재가 다니는행사 수행을 도맡고 있다.부대변인과 「옆자리」라는 1인2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朴부대변인은 金총재 옆에 바짝 붙어다니지 않는다고 박지원(朴智元)대변인으로부터 질책도 받았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