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춤추면서 '서태지 컴백홈'-집앞 소동 이틀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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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해체할 것으로 알려진 랩댄스그룹「서태지와 아이들」의 서울서대문구연희3동 서태지(25)집앞은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부산.
전남고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2백여명의 「오빠부대」들로 울음바다를 이뤘다.
담벼락에 기대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머리를 풀어 헤치고서태지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아이,『죽어버리고 말테니 돌아오라』며 괴성을 지르는 아이.
전화사서함을 통해 22일 오후11시쯤 해체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와 이틀밤을 새웠다는 崔모(16.서울S여고1년)양은『오빠가돌아오지 않으면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고 흥분했다.
오후1시쯤 여학생 2명이 담을 넘자 연이어 1백여명의 학생들이 대문을 부수고 서태지의 집안으로 들어갔다.얼마후 프라이팬.
빗자루등 가재도구와 심지어 정원의 흙과 나뭇잎까지 들고 나오기시작했다.
10여분간 소동을 벌이다 경찰의 출동으로 쫓겨나며 대문 인터폰을 전리품으로 차지한 金모(15.서울E여중3년)양은 『인터폰을 뜯어 친구들과 나눠가진뒤 가보로 영원히 보관할 것』이라고 의기양양해했다.팬클럽별로 스크럼을 짠 여학생들은 『서태지는 우릴 배신하지 않는다』『이미 자살부대 3백명이 준비됐다』등의 구호를 외쳤다.또 CD와 스피커를 연결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최근 히트곡 『컴백홈』을 율동과 함께 따라 불렀다.
학생들은 또 50여명씩 떼를 지어 서태지의 집과 인근 연희1동 양현석(27)의 집앞을 오가며 울음보를 터뜨렸다.일부 팬클럽 회원들은「은퇴저지 서명운동」을 시작,학생들의 서명을 받았다. 중3인 딸을 찾아온 崔모(45.주부)씨는 『가수 서지원이 자살했을 때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李那美)씨는 이같은 소동에 대해 『열기를 발산할 분출구가 없는 우리 아이들의 불행한 현실』이라며『극도로 흥분해 있는 이상 또다른 충격이 가해지면 자살등 극단적 행동이 나올 수 있으므로 가정의 따뜻한 보살 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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