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세금 미국의 10배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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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차를 사면 차값의 배정도를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세금이 너무 많으니 차를 아예 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택시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내 차를 사려고 나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좁은 땅에서 차를 모는 데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나오지만 실제 우리나라 자동차 세금이 미국보다 10배나 많은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가 한국.미국.독일.일본등 4개국의자동차세금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세금은 엄청 많다. 우리나라에서 소형차를 사서 실제로 주행하기 전까지 내는 세금은 미국보다 약 10.4배,일본보다 3.2배,독일보다는 2.
6배(표의 A+B+C)나 많다.
이렇게 자동차 보유만 막는데 급급한 것이 우리 세금의 현실이다.이제는 다 갖고 있는 자동차를 갖지 못하게 막을 게 아니라주행단계의 세금을 올림으로써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 온다.
◇보유관련 세금(표의 A+B+C)=소형차인 엑센트 1.5RS를 기준으로 할 경우 차량의 구입.등록.소유까지의 3단계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모두 2백69만4천9백56원을 세금으로 낸다.그러나 같은 차량의 세금을 미국.독일.일본 3개 국의 자동차세제에 맞춰 계산한 결과 미국은 25만9천1백90원(약 3백36달러),일본은 84만4천1백11원(약 11만1천6백55엔),독일 1백2만9천9백63원(약 1천9백30 마르크)을 납부한다. 반면 중형차(쏘나타 2.0GLSi)의 경우 구입.등록.소유단계에 드는 세금을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미국,독일.일본보다 각각 13.1배,3.3배,4.35배나 더 내고 대형차(그랜저 3.0골드)는 15배,4.2배,7.4배인 것으로 나타 났다.
이는 배기량이 커질수록 자동차보유 초기단계에 들어가는 세금도선진국에 비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중 등록단계(표의 B)의 경우 미국.독일은 아예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어 보유 초기단계의 세금이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행관련 세금(표의 D)=표의 D는 새차가 2만㎞를 주행했을때 순수히 이용단계에서 들어가는 세금이다.이 세금은 미국만 우리나라보다 낮을뿐 독일.일본의 경우는 더 많이 부과되고 있다. 독일.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각각 47%,13% 가량의 세금을더 낸다.
◇총세금(표의 A+B+C+D)=소형차의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의 9.4배,독일의 1.8배,일본의 2.2배를 더 납부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구입단계(A)에 들어가는 세금이 많아 총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중(A/A+B+C+D)은 소형.중형.대형차의 경우 각각 45.6%,50.7%,54.6%다.
이는 배기량이 커질수록 누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지만 우리나라와 세제가 비슷한 일본은 각각 12.4%,14.4%,22.1%로 훨씬 낮다.
반면 일본은 이용단계 세금의 비중(D/A+B+C+D)은 각각42.6%,39.6%,33.9%였다.우리나라는 17%,11.7%,5.7%다.
다시말해 우리나라는 차를 도로에서 굴리는데 대한 세금보다 차를 구입하는데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연구소의 김안강연구원은 『자동차가 사치재가 아닌 대중재로 바뀌는 추세에 맞춰 우리 세제도 보유세에서 주행세 중심으로 짜여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주행세 중심의 세율구조는 차를 많이 이용하는 것을 자제시켜 교통체증을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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