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D-6] 票밭갈이 현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 지난 6일 TV토론회에 앞서 김천에 출마한 후보가 분장사로 부터 분장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어깨를 똑바로 펴시고, 이때는 볼펜을 들고 메모를 하십시오…."

지난 7일 오후 6시 대구의 L후보 선거사무소 회의실. 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후보와 선거 참모들이 TV토론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지역 경제를 살릴 방안을 하나만 들어 보십시오.""사교육비를 줄일 대책은…."

한 참모는 후보의 모습을 일일이 비디오 카메라에 담았다.

질문과 답변을 마친 뒤 함께 화면을 검토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다." 후보와 참모들 모두 흡족한 표정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방송 토론회가 본격화하면서 후보들이 토론회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표밭 갈이가 쉽지 않자 방송 토론회를 통한 '이미지'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토론회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경북의 J후보는 서울의 미디어 전문가를 초빙해 '과외'교습을 하고 있다. 선거 참모들이 질문하고 후보가 답변하는 과정을 체크해 제스처와 목소리의 높낮이, 표정 등을 교정하는 식이다.

후보 측은 9일로 예정된 방송사의 토론회에 대비해 이날 지역 케이블 방송 스튜디오를 빌려 마지막 연습을 했다.

후보 측은 "방송 토론회에서 형성된 이미지가 득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방송 토론회장의 뒷 배경 색을 파악해 두드러져 보이는 색상으로 의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의 C후보도 11, 12일로 예정된 방송 토론회 준비에 바쁘다.

연습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참모들의 질문은 가혹할 정도다.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출마했느냐. 명예욕을 채우려는 것 아니냐." "3재직 중 진짜 '죽도록' 일했느냐…."

참모들의 공격에 후보가 진땀을 흘린다. 손짓.표정을 바꾸고, 비디오 카메라를 쳐다 보라는 주문이 이어진다. 이전에 했던 방송 토론회의 녹화 테이프를 보며 '복습'도 하고 있다. 그는 "선거에는 처음 출마하는 데다 평생을 공직에서 일해 토론회가 쉽지는 않다"며 "예행 연습을 자주 하면서 조금씩 적응해 가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후보 상당수가 메이크업.의상 담당자를 따로 두는 등 방송 토론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북도 선관위의 한연정 홍보계장은 "방송 토론회는 돈 선거를 막고 후보의 식견 등을 폭넓게 검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후보들이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