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은 총재까지 선거운동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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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뜬금없이 경제 낙관론을 폈다. 조만간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고 올 경제성장률이 최고 6%로 높아질 것이란 내용이다.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朴총재가 왜 갑자기 이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을까. 며칠 전에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경제실정은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정치성 발언과 함께 '2분기 경기회복론'을 들고 나온 데 이어 중앙은행 총재까지 낙관론에 가세함으로써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여당 지원에 발벗고 나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朴총재는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비관론 쪽이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돌아선 까닭은 수출과 세계 경기가 예상 외로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달 전에 비해 우리 경제전망이 급변할 만한 외적 변수는 안 보인다. 더구나 기업 3곳 중 2군데는 채용 계획이 없다는 상황에서 그가 무슨 근거로 올 취업자가 37만명에서 55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는지 알 수 없다.

산업현장의 분위기나 국민의 체감경기도 朴총재의 낙관론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 기대심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했다. 개인 금융자산이 1000조원을 웃돌 정도로 돈은 많이 풀렸지만 개인 호주머니는 얼어붙었고, 기업들도 수천억~수조원의 현금을 쌓아두고도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다.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 전경련 등 재계는 총선 후 노사분규가 심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판에 별안간 정부 측에서 잇따라 2분기 경기회복론이 나오니 기업과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이 이렇게 정치놀음에 앞장을 서니 경제가 더 불안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런 식으로 권력에 아부하니 경제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권력종속의 경제관료로 머무를 것인가. 특히 중앙은행 총재는 정치에 독립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총선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는 朴총재가 이런 발언을 하지 말아야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