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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사태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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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이라크 내에서 최대 종파인 시아파와 연합군 간에 유혈충돌이 격화되며 이라크 전역이 전쟁터로 변할 위험성이 나타나고 있다. 시아파 무장세력이 후세인 정권 붕괴 1주년이 되는 9일 연합군에 동시다발적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 점령 이후 미군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 왔던 시아파가 갑자기 반미 저항세력으로 돌아섰고, 지난 1년간 반미 저항세력이었던 수니파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뜻을 비추고 있어 이라크 정국은 오리무중이다. 적대관계에 있던 수니파와 시아파가 협력해 미국의 대항세력이 된다면 미국의 대이라크 전략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수니파.시아파 연합 모색

이라크 내 이슬람 세력은 크게 셋으로 구분된다. 후세인 정권하에서 주도권을 가졌던 수니파,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 협조적인 온건 시아파, 그리고 미군을 점령군으로 보는 강경 시아파다.

수니파 우대정책을 추구했던 후세인 통치기에 시아파는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건.강경파가 상호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하지만 후세인이 사라진 뒤엔 권력장악을 위해 갈등해 왔다. 강경 시아파 무장세력이 벌이는 대미 항전은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주도하고 있다. 알사드르는 후세인 통치하에서 소극적 입장을 견지했던 온건파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 알사드르의 추종자들은 후세인 제거 직후 알사드르를 시아파 전체 지도자 신분인 '마르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과정에서 알시스타니를 주축으로 한 온건 시아파와 강경 시아파 간의 불화가 극에 달했다. 게다가 강경파 알사드르는 자신을 위험인물로 지목한 미군을 축출하겠다고 '지하드(성전.聖戰)'를 선포했으니 이번 이라크 사태는 조만간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알사드르가 '대미 성전'을 선언한 뒤 투쟁을 주도하는 민병대인 '마흐디'군이 시아파 주요 도시에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을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전술로 공격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마흐디'군은 무기고에서 약탈한 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하고 저항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병력을 추가 파병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최신식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마흐디' 세력은 '성전'이란 신앙으로 무장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어떤 최신식 무기도 극복해 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강경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가 수니파에 접근해 협력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일단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게릴라식 전술을 사용하는 강경 시아파와 수니파가 협력한다면 미국은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후세인 정권 붕괴 뒤 '마흐디'군이 미군 주도의 현지 지휘관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내세워 협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 美, 알사드르와 협상해야

강경 시아파는 과거 후세인 정권하에서 경제적인 곤란을 겪어 어려움을 경험한 하층민들이 많아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투쟁에 손쉽게 나설 수 있다. 또한 이방인 미군이 들어와 초기에 우호적이었던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자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고 생각한다. 자존심이 꺾이는 것은 명예를 상실하는 것이며, 이는 치욕스러운 일로 자신은 이미 죽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이 이들에게는 남아 있다. 자신들의 명예를 깎아내리면 죽음을 불사하고 반드시 보복하는 게 관행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인간폭탄으로 변하는 자살테러가 가능하다. 따라서 강경 시아파 무슬림은 언제라도 자살테러를 감행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전통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된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역점을 두면서도 고압적 자세를 피하고 종파 간 이해세력과의 협상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파병을 앞둔 한국도 유념해야 할 일이다.

김대성 한국외대 교수.중동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