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驥尾-천리마의 꼬리,'후원자'를 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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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기미(驥尾)는 「천리마의 꼬리」다.소에 보면 흡혈충(吸血蟲)이 있다.아주까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피를 빨아먹고 산다.이놈은 워낙 느림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움직임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이놈도 천리 마의 꼬리에 붙어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천리를 가게 된다.
驥尾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사마천(司馬遷)이다.그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충절을 높이 평가하여 『사기(史記)』「열전(列傳)」의 맨 첫편에서 다루고 있다.그런데 충절로 유명했던 사람이 그들 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다 만 기록에 남아있지 않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곧 기록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뜻인데 그것을 높이 평가하고 기록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성인군자의 역할이다.다시 말해 아무리 훌륭한 인물일지라도 그들의 필촉(筆觸)밖에 있다면 그 명성은 후세에 전해질 수 없다.
사마천의 견해에 의하면 백이와 숙제란 이름이 후세에 전해지고,또 충절의 대명사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할 수 있었던 까닭은 공자(孔子)라는 성인이 기록해두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마치 흡혈충이 천리마의 꼬리(驥尾)에 붙어있으면 하 루에 천리를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그렇기는 해도 아무런 노력 없이 남의 「빽」이나 이용하려 한다면 이 또한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스스로 노력한 다음 驥尾를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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