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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이 찍은 대한민국의 오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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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06면

1 서울 2007ⓒAbbas/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아바스(64·이란)는 사진을 두 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빛으로 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빛으로 그리는 것이다. 아바스는 쓰는 쪽이다. 검은 건물 벽과 검은 양복의 남자들로 그는 서울 포토 에세이를 썼다.

2008년 한국을 세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대형 사진전이 우리를 찾아온다. 7월 4일부터 8월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매그넘 코리아(Magnum Korea)’전이다. 다국적 보도 사진가들로 이뤄진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 포토스(이하 매그넘)’ 소속 회원 20명이 2007년 1년 동안 각기 보름에서 한 달씩 전국을 돌며 주제를 잡아 찍은 사진을 선보인다.

한국의 종교, 한국의 문화, 서울 & 도시, 자연 그리고 삶, 즐겨라 코리아, 입신양명, 사랑과 결혼, 한국의 사회상 등 8개로 꾸린 주제전, 참여 사진가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작가전 두 부문에 걸쳐 430여 점이 나온다.

2 제주 2007ⓒBruno Barbey/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브뤼노 바르베(67·프랑스)는 색채를 사랑하는 사진가다. 그는 사진을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처럼 구성한다. 파랑·빨강·검정·하양으로 이뤄진 제주 바닷가의 어느 오후가 유쾌한 시각물로 다가온다.

건국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본 일종의 인류학적 사진 보고서라 할 만하다. 전시와 함께 나올 한글판과 영문판 사진집 『매그넘이 본 한국(MAGNUM KOREA)』 또한 판에 박은 국가 홍보물의 틀을 벗어나 세계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문화상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업에 참가한 프랑스 사진가 엘리엇 어윗(80)은 이 ‘한국 프로젝트’의 의의를 사진집 서문에 밝혔다. “1950~53년의 한국전쟁과 그에 따른 후유증, 그리고 잊을 만하면 발생한 정치적 추문을 제외하고는 한국은 대체로 국제적 흥미와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4800만 인구에…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은 중요하고 아름다우며 번창하는 동시에 정력적이고 매력에 넘치는 나라다…우리는 이 책이 2007년이라는 특정 시간대의 한국을 담은 역사적인 기록물이자 시각적 참조물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신뢰한다.”

3 서울 숭례문 2007ⓒIan Berry/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이언 베리(74·영국)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을 기록한 사진집 『흑과 백: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유명하다. 우연 같은 필연으로 그는 불타기 전 숭례문을 찍었다.

세계를 찍어 온 그들이 한국에서 잡아낸 컷은 무엇이었을까. 이언 베리(74·영국)는 불타서 사라지기 전 숭례문을 2007년 1월 11일 다양한 서울 시민들의 모습과 함께 담았다. 아마도 전문 사진가가 찍은 마지막 숭례문 기록이 아닐까 싶은 이 사진들에서 한국인은 슬퍼 보인다.

종교와 종교분쟁 전문가인 아바스(64·이란)는 “한국에는 많은 신들이 있고, 불교도나 가톨릭 신자나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무속신앙을 지닌 한국인이 신기하다”는 소회를 남겼다. 1989년 6월 중국 천안문 학생항거의 상징이 된 ‘탱크 진압에 맞선 학생’ 사진으로 유명한 스튜어트 프랭클린(52·영국)은 비무장지대의 고즈넉한 풍경으로 한국 분단을 은유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기명(중앙대 사진학과 강사·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씨는 “세계 곳곳을 누비던 1급 사진가 20명이 찍은 사진 4만여 장 중 1차로 2500장을 추리고 그중에서 다시 고른 430여 점인 만큼 21세기 한국을 새롭게 보여주는 이미지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매그넘 코리아’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으로 사진가 강연과 작품 설명회를 꼽았다. 7월 5일 이언 베리, 26일 토마스 횝커, 8월 19일 브뤼노 바르베가 사진 애호가를 만나며 매일 오후 1시·4시·7시, 주말과 공휴일에는 낮 12시, 오후 3시·6시에 도슨트(작품 해설사)가 관람객을 안내한다.
문의 02-710-0764(www.magnumkorea.com).


자본에서 독립 추구하는 사진가 집단
‘매그넘(Magnum Photos)’은 60년 역사를 지닌 다큐멘터리 전문 사진에이전시다. 스페인 내전의 상징 이미지가 된 ‘병사의 죽음’을 찍은 전설적인 전선사진가 로버트 카파(1913~54), ‘결정적 순간’이란 사진철학으로 기록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 등이 모여 1947년 창립했다. 이들 매그넘 1세대는 특정 언론사나 자본의 이익에 매이지 않는 독립된 시선의 사진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공동체를 목표로 했다.

대자본가가 사진가를 고용하는 기존 저널리즘 에이전시가 자사 이익과 통신사 이름만 강조하는 반면 회원제인 매그넘은 사진가 개개인의 스타일과 사진정신을 존중하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참여하는 사진’ 기법을 견지해 왔다. 회원 각자가 찍고 싶은 소재를 장기간 현장에 머물며 취재하는 매그넘의 전통은 인류 현대사의 중요 대목을 잡아낸 100여만 장의 자료로 오늘도 각종 매체와 책에 담겨 세계인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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