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리이사'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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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호텔업계에 조리 이사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30여년 동안주방을 지켜온 요리사들이 특급호텔 이사로 우뚝 서 기업 경영에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특급호텔 조리 이사들이야말로 전문 기술직으로 요리사의 길을 열어온 개척자라 해도 과언 이 아니다.미군부대 혹은 뒷골목 허름한 식당에서 생계를 위해 칼을 잡던 이들이었다.
요리사 출신 이사 1세대를 이루는 사람들로는 박규약(朴珪若.
60.롯데호텔).김방원(金芳原.55.쉐라톤워커힐).이연경(李連景.58.리베라).유진(柳進.55.힐튼).후덕죽(侯德竹.48.
신라) 이사와 지난해말 플라자호텔 이사에서 기술고 문으로 물러나 앉은 백인수(白寅秀.64)씨 등이 있다.
이들보다 한발 앞서 호텔 신라에서 84년 박명선 조리담당 그룹이사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요리사 출신들이 이사로 활짝 피어난것은 최근의 일.
쉐라톤워커힐 金이사는 『요리에 대한 자질과 미적 감각에 앞서인내심과 끊임없는 연구자세 없이는 주방에 붙어있기가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국내 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80년 롯데 朴이사와 쉐라톤워커힐 金이사등이 한국대표로 참가한 서독 프랑크푸르트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으면서부터.이후 각종 세계대회에서 매년 수상자가 나올만큼 조리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이들은 국제 기능올림픽대회(조리부문)등 각종 세계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하고 있다.
이들에겐 일화도 많다.그룹 회장이 『맛있다』는 음식을 즉석에서 그 맛 그대로 재현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롯데 朴이사),「담을 뛰어 넘어 먹는다는 보신 요리(佛跳牆)」를 복원(신라 侯이사),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외국 국가원수 방한때의 만찬도 주로 이들 담당.리베라 李이사는 신라 재직당시 고르바초프.옐친.부시 등을 위한 만찬 음식을주도,호평을 받았다고 자부하고 있다.대부분 세계 미식가협회 회원들로 두달에 한번 꼴로 시식회를 갖고 있어 어 렵지 않게 세계 저명인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힐튼 柳이사는 93년 외국인이 경영권을 갖고있는 체인호텔에서는 첫 조리이사가 된 케이스.그의 요리솜씨는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있다.
국내 호텔이 한식.양식.중식.일식 등을 다 갖추고 있어 어느한분야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일.각 조리장들로 팀을 꾸려 김치와 쌀에 대한 연구로 최고 맛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쉐라톤워커힐 金이사).
플라자호텔 白고문은 『석사학위를 가진 요리사들이 속속 나타나는등 조리직이 인기 직종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며 『일본의 예처럼 국내 기업에도 조리직 출신들의 전무.상무 진출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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