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빈곤퇴치의해>4.가난 최대의 희생자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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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빈곤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15억 세계 빈곤층의 70%를웃도는 11억여명이 여성이다.여성 빈곤층은 영양결핍,생계 최전선에의 투입 등으로 스스로 기아선상에서 허덕일 뿐만 아니라 잦은 출산으로 빈곤을 확대재생산하는 주체이기도 하 다.더욱 비참한 것은 고질적인 남존여비 사상의 결과 현재 중국의 5천만명을비롯,1억명 이상의 여성이 공식기록에서 빠진 채 가공의 인물로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이들은 흔해빠진 구호대상에서조차 제외돼빈곤의 질곡(桎梏)을 헤매고 있 다.여성의 빈곤은 반복되는 분배상의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문제다.
[편집자註] 『빈곤으로부터의 해방노력은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추진돼야 근본해결이 가능합니다.』 3억명의 여성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면서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인도의 빈곤퇴치방안에 대한 랄리타 바나발리(58.여)의 주장이다.
빈곤퇴치를 위한 비정부기구(NGO) 헝거 프로젝트 인도지부 사무총장인 그녀는 특히 출산이 빈곤을 악화시키는 최대 요인이라며 가족계획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92년 기준으로 선진공업국의 여성 1인당 출산비율이 1.9명인데 비해 파키스탄.네팔.방글라데시.인도등 서아시아국들은 각각 6,6,5,4명으로 2~3배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들 4개국의 1천명당 영아사망률(IMR)은 각각 91,99,1백8,82명으로 선진공업국(10명이내)및 한국(11명.60년엔 85명)등과 대비된다.
『가족계획의 효과적 추진과 영아사망률 50명이하로 줄이기 등을 목표로 90년 11월 전략계획활동(SPIA)을 시작,95년까지 11개주 전체로 확산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정부관계자.비정부기구요원등을 동원해 영양.위생교육과 유아건강교육을 펼치는 한편 지역지도자들을 교육요원으로 양성,전파교육요원으로 활용하는 사업도 펼쳐 93년 동부지역의 웨스트 벵골주(州)에서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주정부 공동으로 6만8천명의 지방지도자(그중 3분의1이 여성)에 대한 기본교육을 실시했으며 그후 9천명에게는 별도의 집중훈련까지 시켰다고 한다.
여아에 대한 일반의 그릇된 인식을 바꿔주기 위한 홍보물 상영도 이 활동속에 들어있다.
바나발리 사무총장은 『여성의 건강과 위생관념도 문제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15세이상 인도 문맹자는 2억7천2백만명.그중 62%인 1억7천만명이 여성이다.교육기회와 고용기회(또는 소득증대기회)가 뒷받침되지 않는 활동은 실효가 없다는 판단아래 값싼 자선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 빈곤을 퇴치하도록 자활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물에 의존하는 농업과 민물어류양식이 주산업인 대표적 빈곤지역 비하르주에서는 지난해 여름 마을사람들의 참여로 1백여개소에 펌프를 설치해주었는가 하면 부녀자 3백명에게 어류양식 과정을 교육했습니다.』그런가하면 질병이 만연하는 마하라슈트 라주에는 30만달러를 들여 50여개 마을에 건강.위생상담소를 개설하거나 버섯재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여성 위주의 빈곤퇴치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봄베이=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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