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으로 사임한 파판드레우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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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11월20일부터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그리스의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76)총리가 15일 결국 사임했다.
그는 74년 좌파의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을 창당,81년 사회주의식 개혁을 앞세워 우파 신민주당(ND)을 누르고집권,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주요 기간산업의 국유화,임금의 인플레 연동제,여성차별과 간통죄 철폐 ,이혼 허용,사회보장 확대등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10년여동안 카리스마로 군림했다. 90년 총선에서 패배했으나 93년 총선에서는 35세 연하의 스튜어디스와의 재혼 스캔들과 개인적 부정사건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집권에 성공,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엔 건강문제에다 후처 디미트라(41.일명 미미)의정치개입문제까지 겹쳐 줄곧 언론과 여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특히 부인 미미는 총리비서실장을 맡아 총리의 접견등을 통제하면서 사실상 행정부를 주무르며 97년 총선 출마까지 밝히고 사치벽까지 겸비해 「그리스판 이멜다」라는 혹평을 들어왔다.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미미의 지나친 정치관여를 차단할 목적으로 결혼전 방탕한 생활을 즐겼던 미미의 나체사진을 연일 게재,여론을 환기하면서 법정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미미가 B형 간염에 감염돼 남편의 병실출입이 금지되자 간염 바이러스는 정자나 피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수차례의 투옥을 감수하며 군사독재에 대항한 투쟁가이자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노(老)총리와 「미미와 관계를 갖지않은 유일한조종사는 자동항법장치뿐」이라는 소문이 나돌던 35세 연하의 여승무원은 89년 정식으로 결혼했다.둘 모두 세번 째 결혼이었다.파판드레우의 PASOK가 93년 재집권에 성공하자 미미의 사치벽과 정치욕이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총리는 아테네 근교에 미미 명의로 12개의 욕실과 3개의 수영장등을 갖춘 초호화판 아방궁을 지어주고 입원전까지 대부분의 일을 부인에게 전담시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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