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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후보 1명 … 유권자는 무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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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5일 오전 11시30분 충남 계룡시 엄사면 엄사초등학교. 1년에 2조1788억원의 교육예산을 운영할 충남도교육감을 뽑는 투표가 진행 중이었다. 30분을 지켜봤지만 투표를 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참관인 김문식(55·계룡시청 공무원)씨는 “오전 10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투표한 사람은 한 명”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투표를 시작한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투표를 한 사람은 이 지역 유권자 2700명 중 157명에 그쳤다.

충남도교육감 선거가 이날 충남도 전역에서 치러졌다. 135억원의 세금을 써 가며 치러진 이날 선거의 투표율은 17.2%였다. 투표자 한 사람에게 5만835원의 선거비용을 쓴 셈이다. 충남 태안의 김병주(38)씨는 “도로에 붙어 있는 선거 관련 플래카드를 보고 교육감을 뽑는 줄 알긴 했다”며 “아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봐도 별 관심이 없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는 오제직(68·현 교육감)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오 당선자의 임기는 7월부터 2010년 6월 말까지로 1년11개월이다. 2010년부터 4년 임기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선거를 치른다.

올해는 전북·서울·대전에서, 내년에는 경기도에서 교육감 주민 직접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지방교육을 책임지고, 막대한 예산과 인사권을 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주민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지난해 2월 직선제로 바뀐 뒤 처음 치러진 부산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5.3%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울산·경남·충북·제주의 교육감 선거는 60%대의 투표율을 보였지만 이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거 무관심=다음달 30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25일 길거리에서 명함을 돌리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교육감 예비 후보 OOO입니다”라며 명함을 건네자 시민들이 “총선이 아직도 안 끝났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는 “마주치는 유권자마다 ‘왜 우리가 교육감을 뽑느냐’고 이상하게 본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한 달여 남긴 서울시교육감 선거(7월 30일)에는 선거비용만 332억원이 들어간다. 주민이 낸 세금이다. 서울시교육감이 1년에 주무르는 예산은 6조원이 넘는다. 부산광역시 한 해 예산(7조원)과 맞먹는 액수다.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은 초·중등 교육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넘기는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에 따라 힘이 더 세질 전망이다. 지방의 ‘교육 소(小)통령’이라 부르는 이유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교육감 선거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실력을 높이고, 교원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책임자가 교육감인 만큼 선거에 적극 참여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투표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교육감 선거만 단독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주민 직선에 의한 교육감 선거는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능해졌다. 종전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만 참여했다. 학부모가 아닌 19~29세의 젊은 층들은 특히 선거에 관심이 없다.

후보자들도 얼굴을 알리기 힘든 문제가 있다. 서울시 선관위 김인만 홍보과장은 “선거는 단체장급으로 치르는데도 후보자들은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제한돼 본인 재산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은=시·도지사 선거 때 시·도지사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를 지명해 러닝메이트 제도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장중 교육과사회연구소장은 “자치단체와 지방교육이 통합 운영되는 게 필요하다”며 “교육감을 굳이 따로 선출할 필요가 없도록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0년 6월 동시 선거에서도 시·도지사는 정당 공천을 받으나 교육감은 정당 공천이 없다. 러닝메이트제가 가능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강홍준·신진호·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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