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4곳 경기高 선후배끼리 편찮은 한판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5대 총선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유로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을모으는 선거구가 있다.그중에서도 서울에서 명문 경기고(京畿高)선후배간의 대결이 네곳(강남갑.성북갑.구로갑.강남을)에서 벌어질 전망이어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동문들은 누구를 밀어줘야될지 몰라 고심중이란 이야기도 있다.
우선 관심의 초점인 「신정치 1번지」강남갑에서는 신한국당의 서상목(徐相穆.61회)의원과 선배인 민주당의 홍성우(洪性宇.54회)변호사가 맞붙는다.당정책조정실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徐의원이 재선을 벼르고 있고 선배인 洪변호사는 인권변호사 경력을 내세워 이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강남갑에는 유달리 다른지역보다 경기동문들이 많이 살고있어 자칫 동문들이 양분될 지경이란 후문이다.
국민회의 유재건(柳在乾)부총재와 민주당 이철(李哲)총무의 성북갑도 경기동문끼리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다.
특히 3선의 민주당 李총무 지역구에 당초 전국구 진출이 확실시되던 유재건변호사를 국민회의가 전격 포진시켜 야당간에 「표적공천」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정도다.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자신을 등지고 떠나간 李총무에게 앙갚음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柳부총재를 성북갑조직책으로 결정했다는게 민주당측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수도권에서 새인물로 세몰이를 하기 위해 柳부총재 기용을 결정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경기고 52회와 63회로 柳부총재가 李총무의11년 선배가 된다.
李총무는 柳부총재에게 여러 차례 출마를 고사해 달라는 설득을해왔으나 柳부총재가 등을 떼밀려 출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한판대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로갑에서는 국회 내무위원장으로 4선을 노리는 신한국당의 김기배(金杞培.52회)의원과 국민회의의 탤런트출신 정한용(鄭漢溶.69회)씨가 만나게 돼 무려 17년 선후배 사이의 승부가 돼버렸다. 鄭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金의원을 지칭할 때는 『기배형(兄)』이라고 부르며 애교를 부리면서도 지명도와 호남표를 발판으로 여당중진을 넘어뜨리겠다는 집념을 보이고 있다.
강남을에서는 경실련상임집행위원장을 지낸 신한국당의 정성철(鄭聖哲.59회)위원장과 경기고 5년 선배로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무소속 이태섭(李台燮.54회)전의원이 맞붙을 전망이다.
신한국당의 경기고 출신 한 당직자는 『소속정당의 독려 속에 고교동문들끼리 여야로 나뉘어 맞대결을 펼치는 모양이 안쓰럽다』며 『그래도 명문고교 턱을 한다고 생각하며 자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