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엿보기] 기업들 리콜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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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리콜(recall)이란 말 들어보셨죠. 결함이 있는 부품이나 완성품을 생산업체가 무료로 교환.수리해 주는 소비자보호제도랍니다. 리콜제는 199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래 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제조업체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영화관.국제전화.홈쇼핑 등 유통.서비스업체에서도 고객 불만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리콜을 적극 활용합니다. 리콜을 잘하는 기업일수록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죠. 심지어 불만 고객들을 따로 관리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의 경우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7일에도 불만 고객 1000여명을 초청해 '리콜 시사회'를 개최했습니다. 불만 및 개선 사항을 지적한 고객 5명을 선정해 '쓴소리 고객 선물'도 증정했답니다.

통신서비스업체인 데이콤은 불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국제 전화 리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전화 이용 도중 통화 단절이나 잡음.혼선 등 통화 품질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경우 요금을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데이콤 고객센터(1544-0001)에 전화를 걸어 불만 사유, 발착신 전화번호, 통화시각 등을 알려주면 한 통화에 2000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답니다. 보상 금액은 월 최고 10만원까지로 다음달 요금 청구때 감면됩니다. 우리홈쇼핑은 가장 큰 고객 불만 중의 하나가 배송 서비스라는 점에 착안해 '불친절 배송 보상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배송받을 때 불친절했던 내용을 콜센터에 신고하면 고객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5000원의 적립금을 주는 것입니다.

소비자를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듯합니다. 하지만 리콜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업체들만으로는 안됩니다. 소비자들의 활발한 고발.지적도 병행돼야 합니다. '귀찮은데 대충 사용하지 뭐'하는 마음은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부릅뜬 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입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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