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만나는 한자] 調 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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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리석은 부자가 다른 부잣집에 초청됐다. 잔칫상이 차려진 3층 누각(樓閣·2~3층으로 지은 한옥)이 으리으리했다. 그는 시새움을 못 이겨 이름난 목수를 찾아갔다.

“그 댁 누각도 제가 지었으니 똑같이 지어드리지요.”

목수는 즉시 땅을 다지고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워나갔다.

“아니, 그렇게 뜸을 들이고 꾸물거려서야 언제 3층 누각을 짓겠소?”

“기초를 단단히 다지고 1층과 2층부터 튼튼히 지어야지요.”

“그런 건 다 소용없으니, 3층 누각부터 지어달란 말이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자’는 새마을 운동은 경향(京鄕·서울과 시골)의 불편한 옛집을 편리한 새집으로 바꿔 치웠다. 이 과정에서 남과 똑같거나 남보다 튀려는 건축물들이 방방곡곡 부조화(不調和)를 이뤘다.

디자인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조화(調和·서로 잘 어울림)다. 이제라도 이 땅의 풍광명미(風光明媚·자연 경치가 맑고 아름다움)를 위협하는 부조화의 정리가 실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영만(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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