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黑, 중앙에서 승기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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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3국
[제6보 (110~131)]
白.趙治勳 9단 黑.朴永訓 5단

송곳같이 턱밑에 다가온 흑▲를 바라보며 趙9단의 한숨이 깊어간다.

전세는 기울고 있는 것일까. 조금 오래 생각하고 싶지만 여유가 없다.

초읽는 계시원의 추궁에 쫓기듯 趙9단은 110으로 돌아선다. 한점을 잡는 수. 그러나 잘 보면 허리를 굽혀 공배를 이어간 수다. 전보에서 일으킨 변화가 대실패였음을 자인하는 수다. 대신 113,115의 돌파는 시원하다. 박영훈은 이 두 수를 두며 대어를 낚았을 때 감지되는 짜릿한 손맛을 느낀다.

110으로 '참고도' 백1로 잇는 수는 없을까. 그건 흑2를 불러 좋을 게 없다. 자칫 하변의 큰 곳마저 빼앗길지 모른다.

검토실은 박영훈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모든 게 안개속이었지만 113,115로 두텁게 연결하면서 서서히 형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18로 큰 곳을 벌렸을 때 119의 단수도 흑엔 기분좋은 곳이고 백엔 매우 굴욕적인 곳이다. 백은 공배를 이을 수밖에 없는데 오랜 경험으로 보면 이런 모습으로는 이기기 힘든 게 바둑이다.

여기서 朴5단도 초읽기에 돌입했고 그무렵 둔 125, 127의 수순이 두툼하게 중앙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128로 받아두며 趙9단은 입을 꽉 다문다. 형세는 분명 힘겹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낙엽이 진다고 해서 금방 겨울이 오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131에 흑돌이 놓이자 드디어 중앙 흑 모양이 둥그렇게 형성됐다. 물론 백이 그대로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어디일까. 폭파전문가의 마지막 폭파는 어디서 시작되려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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