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어긴 쇠고기 발견될 경우 한국은 그 회사만 한정해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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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슈워브(사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간) “한국에 수출될 미국산 쇠고기 중 한·미 양국의 합의를 어기는 선적분이 발견될 경우 한국 정부가 취할 (제재) 조치는 그 제품과 회사에 한정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또 “한·미 양국이 4월 18일의 협정에 몇 가지 사항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재협상이 아니고,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이 전면적으로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는 “미 농무부는 (한국에 수출되는) 쇠고기 월령을 검증하기 위한 자발적 시스템(QSA·품질체계평가)을 가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수억 명의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이 먹는 것과 똑같이 안전하며 가격이 알맞은 양질의 쇠고기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쇠고기 수입업체와 미국 수출업체가 한국 소비자의 신뢰 향상을 위한 과도적인 조치(a transitional measure)로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한국에 선적하기로 상업적 합의(a commercial understanding)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위생조건 고시가 발효되는 대로 민간업체 사이에 체결된 자율적 합의 이행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다시 수출되는 건 미국과 한국의 교역이 증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미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의회 비준을 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날 “한·미의 쇠고기 추가협상은 4월에 맺은 협정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불행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쇠고기 산지인 몬태나주 출신인 보커스 위원장은 상원에서 한·미 FTA 비준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미 FTA 비준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네브래스카주 출신인 벤 넬슨 상원의원도 “국제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합의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을 고려할 때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행정부가 한국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추가협상을 했지만 미 의회에선 ‘한 번 맺은 협정을 왜 바꾸느냐’며 불만을 나타내는 의원이 꽤 있다”며 “한·미 FTA에 대한 비준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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