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넓히는 경제학 최근엔 뇌과학까지 융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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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23면

『국민합의의 분석』의 원제는 ‘The Calculus of Consent’입니다. ‘동의에 이르는 계산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에 속해 있는 개인이 다른 개인과 어떤 사안을 합의하는 과정이 각자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본 겁니다. 경제학자인 제임스 M 뷰캐넌은 이처럼 경제학을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한 ‘공공선택론’의 대표자로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공공선택론의 바탕에는 게임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을 정립한 존 내시 등도 94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내시가 50년에 게임이론을 발표했으니 수상이 ‘조금’ 늦었을 뿐, 뷰캐넌이 내시의 도움을 받은 것이 맞습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세계는 단순 명쾌했습니다. “저마다 각자의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한다.” 그런데 ‘인간’이 하는 경제 활동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어 이것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됐나 봅니다. 수학자인 내시가 왜 인간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가를 풀어내고, 경제학자인 뷰캐넌이 그것을 적용해 정치·사회 영역인 투표와 공공정책을 ‘계산’해 내야만 했으니까요.

2002년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똑같이 3만원을 깎아 준다면 100만원짜리 TV가 아닌 5만원짜리 계산기를 파는 곳으로 간다고 실험으로 보여준 그 학자입니다. 최근엔 뇌 MRI 영상을 이용한 신경경제학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수학과 정치학·심리학에 뇌과학…. 경제학과 타 학문의 융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