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4강정권변동의해>3.러시아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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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해 벽두부터 러시아 언론들은 6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모 아니면 도」식으로 대선결과가 러시아의 모든 운명을 좌우할 것이 확실한데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정권이 몰락하고 공산당정권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없지않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현재 대선후보로 명확하게 떠오른 인물은 일찌감치출마를 선언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영웅 러시아공동체회의당 알렉산드르 레베드 당수밖에 없다. 나머지 후보들은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암중모색하고 있다.그만큼 대선정국이 혼란스럽고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서 현 집권 민주세력의 후보가 누가 되느냐와 공산당이 레베드와 연합할 수 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집권민주세력 후보로는 옐친대통령과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경합중이다.물론 체르노미르딘은 옐친이 대선후보로 나설 수 없는 경우에나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옐친의 측근들은 그의 출마를 조금도의심하지 않고 있지만 그의 건강문제가 2월에 가 서도 불투명하다면 옐친의 대선 재출마는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체르노미르딘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가 과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데에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많다.
대선참여 여부에 대해 항상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대통령은 민주진영이 후보를 제대로 정립해내지 못할 경우 정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인기가 바닥이어서 당선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야블로코 블록」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당수는 「민주세력 단결」이라는 원론 속에서 자신이 민주세력의 유일후보로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카리스마와 조직력이 약해 당선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레베드 러시아공동체회의당 당수는 개인적 카리스마와 인기가 높아 공산당이 그를 영입해 후보로 내세울 경우 당선가능성이 아주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이때문에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당수는 총선승리의 「위업」에도 불구하고 대선출마를 선언하지 않고있다. 만약 레베드 영입에 실패할 경우 주가노프는 당내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이슈및 변수=대선의 주요 이슈는 「개혁의 지속」과 「강한 러시아의 재건」이다.민주세력은 러시아의 서구화 실험 성공과 공산독재체제 청산을 통한 인권의 신장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면서 공산당의 집권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고 러시아를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반면 공산당등 야당세력들은 러시아의 서구화 실험이 가져온 것은 실업,부익부 빈익빈 현상,치안부재,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무시된 러시아라며 모든 악(惡)의 근원인 개혁과 친서구적 집권세력을 패퇴하자고 역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중 하나인 체르노미르딘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오는 2월중 처리될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불신임되면 대선출마를 벼르는 옐친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이다.임시정부로 선거를 치러야 된다면 옐친의 패배는 기정사실이될 것이다.이때문에 옐친은 자신의 대선출마여부를 2월에 가서나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대선정국은 2월중 국가두마(하원)의 정부불신임 공세와 이에 대한 민주세력의 저항이 부닥치는 정치적 혼란속에서 예상후보들간 암중모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절차및 예상 시나리오=6월16일 실시될 1차 투표에서과반수 득표하는 후보가 나오면 그가 후보로 당선되지만 현재로선어느 누구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기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럴 경우 1,2위 득표자가 2차 투표에 진출한다.
현재처럼 민주.개혁진영의 분열이 계속될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1차 투표에서 옐친과 야블린스키가 낙오되고 주가노프와 지리노프스키가 최고 및 차점자가 돼 결선투표에 진출,주가노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옐친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모종의 충격적 조치를 통해 국민관심을 끌려는 「깜짝쇼」를 벌일 것이라는데기초하고 있다.
1차 투표전에 옐친이 비상사태를 선포,국가를 긴장상태로 몰아선거자체를 취소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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