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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증권사 보고서 '운만 떼면 주가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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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에 따라 해당종목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들과 다른 의견을 내놓고 맞붙더라도 '판정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31일 외국계 증권사인 CLSA는 웹젠에 대한 첫 기업분석보고서에서 '매도'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해외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결정한 것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날 웹젠의 주가는 바로 전날 LG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 등에서 낙폭이 지나치다며 '매수'의견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끄럼을 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16일 동양종금증권의 '매수'의견에도 불구하고 JP모건에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자 주가가 9.5%나 급락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메릴린치가 내놓은 하이닉스에 대한 보고서가 증시의 화제가 됐다. 국내증권사에서 아무리 '매수'의견을 내도 꿈쩍 않던 주가가 메릴린치에서 목표가를 30% 이상 상향 조정하자 주가가 10% 이상 급등한 것이다.

LG투자증권 이동관 연구원은 "투자의견 변경이 아닌 목표가 상향에 주가가 튀어올랐다"며 "담당 애널리스트가 전 직장인 국내증권사에서 보고서를 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외국인들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달할 정도로 증시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품질 면에서는 우리나라 증권사의 보고서가 외국계보다 오히려 낫다"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영어로 된 외국계 보고서만 보기 때문에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인들에게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는 '그림의 떡'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철저한 본사 위주 영업방침에 따라 자사와 계약을 맺은 회사의 펀드매니저에게만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망이 제한적인 개인들은 이로 인해 투자전략을 짜는 데 차질을 빚기도 한다.

외국인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나라 투자자가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주식운용팀장은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외국인의 매수세를 유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투자자들이 섣불리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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