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중앙문예>시 당선소감-한혜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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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실로 노곤한 꿈을 꾸었다.매일밤 그 꿈 속으로 숱한 나비떼들이 팔락팔락 날아다녔다.모두가 아름다운,그러나 정작 잡고보면 나비의 나래는 어김없이 상해 있었다.그렇듯이 나는 언제나 나비를 잡는데 서툴렀다.그것은 욕심껏 움켜쥐었던 까닭 이리라.이제는 여지껏 잡았던 나비들을 모두 날려보내리라 작정한다.미련없이.그리고 나는 또 다시 나비떼들을 찾아 나서리라.아니 내 스스로 고치를 자아 아프게 태어나는 한마리 나비를 꿈꾸는 것인지도모르겠다.
지난 1년동안 참으로 많은 시를 쓰며 지냈다.양파껍질을 까는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음 껍질을 깔 수밖에 없는,과연 내게 있어 시란 것은 무엇인가를 가끔은 생각했다.하지만 단지 시를 쓰고 싶어서 쓰는 짓이라는 대답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온통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곳은 미국 플로리다 동쪽 바다를 끼고 있는 한적한 마을이다.한번쯤은 누구라도 꿈꾸었을 그런 아름다운 동네에 나는 살고 있다.그런데도 늘 한편으로는 고국이 그립다.아직도 입 속에 모래알같기만 한 영어,그것은 어쩌면 우리 말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우리말처럼 아름다운 말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겠는가.그 말을 갈고 닦는,이 작은 재주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그리고 부족한 작품을 눈여겨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중앙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항상 문학적 용기를내게 주는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약력〉 ▶53년 충남서산 출생 ▶90년 미국 이민 ▶현재 플로리다 거주 ▶「해외 한국詩」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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