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현장] "늙은이더러 인터넷 찾으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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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누군지는 알아야 투표해도 할 게 아닙니까."

전북 군산시 대야면 복교리 신복마을에 사는 송영목(63)씨는 투표일을 열흘 남긴 현재까지 어떤 사람이 총선에 출마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지난번 총선 때는 유세장에 가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누가 똑똑하다는 둥 마을 사람끼리 얘기하면서 뽑을 사람을 정했는데 요즘은 농촌 표는 없어도 된다는 건지…"라고 소외감을 표출했다.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합동.정당연설회가 사라지자 농촌.섬 등 벽지 유권자들이 선거운동을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불만이다.

후보자는 벽지보다 많은 유권자를 접할 수 있는 도시 지역 거리 유세에 매달려 있고, 선거운동원들도 어깨띠.모자 착용, 명함 돌리기 등이 금지된 데다 인원도 25명 이내로 제한되면서 벽지 마을 가가호호 방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법은 합동유세 등 동원정치를 묶는 대신 미디어.인터넷 선거를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컴맹인 농촌 노인들은 미디어.인터넷이 뭔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다.

농민 이모(62.전북 김제시 용지면)씨는 "우리 같은 늙은이한테 컴퓨터 보고 후보자를 고르라니, 고등고시 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후보자들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宋씨가 사는 복교리의 경우 유권자가 3070여명이나 되지만 20~60가구씩 20여개 마을로 뚝뚝 떨어져 있고 들판까지 나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선거운동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군산 선거구에 출마한 A후보는 "16대 때만 해도 연설회가 열리면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나 이번엔 아파트 단지 몇 곳만 돌다 보면 해가 저물어 유권자가 적은 농촌엔 들를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벽지 유권자들이 얻는 총선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선거벽보와 각 가정에 배달되는 후보자들의 홍보 인쇄물이 사실상 거의 전부인 셈이다.

전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벽보와 인쇄물만으로는 후보자를 제대로 알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면서 "이나마 시간을 갖고 살펴볼 수 있도록 빨리 배달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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