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 안면홍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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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낯 두꺼운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이 얼굴에 나타난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빨개졌다가 곧 가라앉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번 붉어진 얼굴이 계속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면 문제가 된다. 이른바 안면홍조증이다.

50세 전후의 여성이 병원을 찾았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여성의 얼굴은 대낮인데도 술을 마신 것처럼 새빨갛다. 더욱이 얼굴이 심하게 부어 마치 옻이 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얼굴이 가려워 밤에 잠을 잘 수 없고, 화장을 진하게 해도 붉은 피부를 감출 수 없어 외출도 피한다고 했다. 늘 피로하고 불안하며, 성격도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최근에는 기억력이 많이 저하돼 짜증만 부린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3년 전에 폐경이 됐다고 하는데 당시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더니 부으면서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다. 백방으로 치료를 받아보고, 갱년기 장애인 듯 싶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요법도 받았지만 증상은 계속됐다.

한방에서는 안면홍조증을 '상기증'과 '면열'이라 해서 얼굴에 열이 오른 현상을 말한다. 얼굴의 열은 이유없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열을 오르게 하는 원인이 있다. 그 열쇠를 심장이 쥐고 있다. '심화상염(心火上炎)'이라 해서 심장에 화가 있으면 열이 위로 오른다는 뜻이다.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 심장이 상하면 심화가 생기고, 그 화기가 위로 뻗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병은 얼굴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원인은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심장에 있는 것이다.

이때는 심장의 화기를 내려주는 '청심사화(淸心瀉火)'법으로 치료한다. 그래서 약도 성질이 차고 냉한 것을 사용해 심장의 화기를 제거한다. 심장의 화기가 제거되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없어진다.

이러한 안면홍조의 증상에는 죽엽차가 좋다. 대나무 잎을 '죽엽'이라고 하는데, 성질이 차거워 심장의 화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좋은 약이다. 대나무잎 20g 정도를 물 500㏄에 붓고 다려 녹차처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이 밖에 무.알로에.오이.메밀국수 등 열을 내려주는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인삼차.홍삼차.쌍화차.생강차.대추차 등 더운 성질의 차는 열을 더 내게 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으며, 차라리 찬 성질의 녹차를 즐기도록 한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w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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