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출마 … 볼만해지는 한나라 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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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4층 기자실이 인파로 북적댔다. 박순자 의원이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한 데 이어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허태열(사진) 의원의 선언도 예정돼 있었다. 최경환·유정복·이혜훈·서상기·구상찬·이정현·윤상현·김선동·손범규·김태원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 상당수가 모습을 보였다. 마치 지난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선거 캠프를 방불케 했다.

허 의원은 “한나라당이 살아야 대한민국을 되살릴 수 있다. 반드시 한나라당을 국민 앞에 사랑받는 정당으로 되살려 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친박 진영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참여해야 당도 균형점을 갖고 국민이 사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 진영의 ‘대표선수’로 인식되는 허 의원이 출마함에 따라 지지부진한 양상으로 흐르던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기를 띠고 있다. 진영·김성조 의원도 ‘친박’을 표방했지만 허 의원과는 중량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정몽준 의원의 선두 다툼 등 전당대회 전체 판세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희태-정몽준, 2강 구도 변화 오나=현재 출마선언을 했거나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는 모두 8명이다. <표 참조> 이 중 여성인 박순자 의원은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직이 확정된다. 나머지 7명의 남성 출마자 중 4명이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직에 선출된다.

현재까지는 박희태 전 부의장과 정몽준 의원이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심에선 박 전 부의장, 민심에서 정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공식 출마선언은 안 했지만 전국에서 표밭을 다져 왔다.

그러나 허 의원의 등장으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당내에선 당장 “친박 당협위원장 상당수가 정 의원보다는 박 전 부의장 측에 호감을 갖고 있었던 만큼 박 전 부의장이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반대로 “박 전 부의장이 당 주류의 표를 상당수 확보한 만큼 허 의원의 등장은 오히려 정 의원으로 향하던 중립적 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근혜, 전대 본격 개입?=허 의원의 출마는 ‘박심(朴心)’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전대에 본격 개입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최근까지 전당대회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보이콧’으로 비치자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허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출마 얘기를 했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어 ‘당신이 결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출마를 결정하고 유정복 의원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열심히 하시라고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허 의원의 친박 진영 내 위치를 생각한다면 우리 측 분위기는 대충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당내 화합을 원하는 대의원들의 표가 허 의원에게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내 목표는 당 대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전대가 계파 갈등으로 비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박 전 대표가 전대에 크게 간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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