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안방 넘보는 볼리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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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인 미국 할리우드 공략에 나선 인도 볼리우드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인도의 릴라이언스ADA그룹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끄는 할리우드 드림워크스SKG가 합작 영화 벤처회사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인도의 갑부 아닐 암바니(49) 회장이 이끄는 릴라이언스ADA그룹은 인도 최대의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암바니 회장은 3월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2008년 세계 부호 리스트’에서 6위를 차지했다.

할리우드와 볼리우드 거물의 만남으로 주목 받는 이번 합작은 든든한 자금줄을 찾는 드림워크스와 할리우드 진출을 노려 온 릴라이언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드림워크스는 2005년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비아콤 소속의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매각됐으나 이후 두 회사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스필버그는 “파라마운트에서 독립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 때문에 릴라이언스가 드림워크스에 6억 달러(약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합작이 성사되면 드림워크스는 파라마운트와 결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암바니 입장에서도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할리우드 입성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유명 제작사와 배우를 확보한 뒤 선진화된 제작 시스템으로 만든 영화를 전 세계 시장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릴라이언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인 RBE는 지난달 칸 영화제에서 니컬러스 케이지와 조지 클루니, 톰 행크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등이 소속된 제작사들과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10여 개 할리우드 프로젝트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함께 뉴욕과 애틀랜타·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있는 200여 개의 상영관도 사들였다.

그러나 할리우드와 볼리우드의 동거가 성공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기 침체로 영화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할리우드에 암바니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지만 인도 자본이 영화 제작에만 몇 년씩 소요되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을지 등은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볼리우드(Bollywood)=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Hollywood)’와 인도 최대의 상업도시이자 영화산업 근거지인 봄베이(Bombay·현재는 뭄바이)를 합성한 말로 인도 영화산업을 일컫는다. 인도에서는 연간 10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고 매년 50억 명 이상이 극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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