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민노총 ‘ FTA 반대 파업 참여율 10%’ 잊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민주노총이 7월 초 파업을 벌이겠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촛불이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다고 한다. 노동 조건 개선이라는 노조의 목적과 무관한 정치파업임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민주노총 측은 광우병으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야 노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정치파업이 아니라 노동조건에 관한 파업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국방이 튼튼해야 마음놓고 일할 수 있으니 모든 노동자가 국토 방위에 나서야 한다는 식의 비약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번 파업은 상당수 조합원이 지도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파업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강행됐던 한·미 FTA 반대 파업의 참여율이 10%에 불과해 사실상 실패했던 과거 사례를 민주노총 지도부는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파업이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차려놓은 밥상에 민주노총 측은 젓가락만 올려놓으려 한다. 이기적인 무임승차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순수집회를 정치행사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

이참에 촛불집회의 앞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촛불집회를 순수하지 않은 목적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의 본래 목적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재협상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촛불을 끄는 것이 어떨까 싶다.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은 ‘제2의 IMF’라는 말이 돌 정도로 어렵다. 일단은 정부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난국을 극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납득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다시 촛불을 켜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한재욱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