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롯데 백화점, 잠실 입주민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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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7층 가정용품 매장엔 최근 이색 공간이 들어섰다. 푹신한 소파와 벽에 걸린 그림이 마치 갤러리 같다. 주부들이 공짜 커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눈다. 66.116㎡(20평) 면적의 가구 매장을 비워 만든 이 공간의 이름은 ‘잠실 클럽’. 다음 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인근 잠실 1, 2차 단지 및 시영아파트 재건축 입주민을 겨냥한 휴게 라운지다. 한 달에 8000만~1억원어치 가구가 팔리던 매장을 들어내면서까지 모임방을 만든 건 왜일까.

문삼권 가정용품 바이어는 “입주민들이 모여 주거 정보를 나누고 인테리어 상담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게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잠실 입주민들을 ‘잘 모시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이야기다.

또 한 곳,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달 말부터 새로운 형태의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를 시작했다. 역시 인근 잠실아파트 입주 고객에게 구매금액의 5%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사실상 할인 서비스다. 신혼부부를 끌기 위한 ‘웨딩 마일리지’ 같은 서비스를 특정 지역민들에게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잠실점의 윤경섭 가구담당 바이어는 “입주가 진행되는 다음 달 말부터 10월까지를 대목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재건축아파트 단지 입주를 앞둔 두 백화점의 판촉 전쟁이 치열하다. 하반기 입주 예정인 잠실 1, 2차 단지와 시영아파트의 규모는 1만8000여 가구. 이들 아파트단지에서 반경 3㎞ 안에 있는 롯데 잠실점과 현대 무역센터점이 이사로 생기는 가구·가전·생활용품 특수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잠실 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와 도곡동 렉슬아파트의 입주 전후 2개월 동안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추가 매출은 1000세대당 8억~10억원으로 추산된다. 백화점 업계는 잠실 재건축 입주로 하반기에 최대 200억원 규모의 특수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입주민 명단 확보가 급선무. 입주 전이라 예비 입주자들에게 전단이나 행사 일정을 전달할 연락처를 파악하지 못했다. 현대 무역점 직원들은 메신저 대화명을 ‘잠실입주민을 찾습니다’로 통일해 주변 인맥을 통해 예비 입주민을 수소문하는 상황이다. 롯데 잠실점은 주민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예비 입주민을 모아놓고 특별 할인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첫 입주가 시작되는 8월 초, 폐점 시간 이후 잠실점 가구·가전 매장에서 ‘잠실 입주민 나이트 파티’를 열겠다는 것. 윤 바이어는 “입주자 마일리지 외에 추가 할인혜택을 주며 단골고객 명단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잠실 2단지의 사전 점검이 시작되는 이달 27일부터 경쟁이 본격화할 참이다. 현대백화점은 24~29일 백화점 이벤트홀 495.87㎡(150평)를 잠실 2차 단지의 모델하우스로 꾸밀 계획이다. 아파트 일부 가구를 빌려 모델하우스를 꾸미는 경우는 많지만, 백화점 내부에 모델하우스를 설치하는 건 처음이다.

무역센터점의 김형욱 판매기획팀장은 “안내도우미 2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6명을 상주시켜 인테리어 상담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이사·인테리어 업체와의 공동 마케팅도 모색 중이다. 대형 이사업체와 손잡고 경품행사를 벌이는 롯데 잠실점 측은 “지역의 다른 업종에서도 고객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만한 공동 마케팅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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