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천막당사 10여일] 주변 증권사로 '볼일 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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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관 옆 공터에 들어선 한나라당 천막당사가 열흘을 넘겼다. 4일 '천막기자실'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4일 벚꽃축제가 한창인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나들이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화사한 봄옷으로 멋을 낸 가족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바야흐로 봄의 한 가운데, 그러나 같은 시간 불과 10여분 거리에 놓인 한나라당 천막당사는 아직도 겨울이다.

박근혜 대표가 선출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한나라당은 호화 당사를 팽개치고 중소기업 전시관 옆 공터로 옮겼다. 벌판 생활 열흘을 넘긴 현재 이곳엔 천막 3개 동과 컨테이너 12개 동이 들어섰다. 천막은 종합상황실과 기자실 등으로, 컨테이너는 대표실.대변인행정실 등 당 사무처용이나 일부 언론사용으로 사용된다.

이곳 천막당사에서 가장 귀한 물건은 난로와 겨울옷이다. 주변 큰 건물들 사이에 놓인 넓은 빈터에 자리잡아 바람이 세게 통하는 데다 최근엔 일교차가 심해지고 꽃샘추위까지 겹쳐서다. 당직자와 기자들 사이에서 감기 환자가 속출했다.

그래서 마스크를 하고 겨울 파카를 입은 채 근무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변 빌딩에 근무하는 이들과 비교하면 딴 나라 사람들이다.

남녀 각각 네칸으로 된 임시 화장실도 불편하다. 남녀가 입구를 같이 이용하는 데다 처음 며칠 간은 전기도 안 들어왔다. 어쩔 수 없이 주변 증권사 화장실에 '폐'를 끼치는 사람들도 생겼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물탱크 하나에 의존하다 보니 물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 2일엔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했다. 비가 내린 것이다. 컨테이너 네개를 이어 붙인 대표실 천장에서 빗물이 줄줄 샜다.

비서실 직원들은 이튿날 오전까지 집기를 치우고 빗물을 퍼냈다. 천막으로 된 상황실과 기자실 바닥에도 물이 고여 "감전 사고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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