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신뢰 없는 인터넷은 약 아닌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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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 개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은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왼쪽은 스티븐 콘로이 호주 초고속통신전자경제 담당 장관. 이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인터넷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국가 간 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신뢰의 공간이어야 할 인터넷에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인터넷의 힘은 우리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넷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리는 예로 ‘바이러스와 해킹, 개인정보 유출, 스팸(쓰레기) 메일’ 등을 열거한 뒤 “여기에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은 인터넷 선도 국가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인터넷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인터넷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인류에 얼마나 유익하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영향’에 대한 구체적 예를 들지는 않았으나 이 대통령이 최근의 ‘쇠고기 파동’까지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 능력이 사태를 초래한 주 원인이지만, 인터넷상의 ‘근거 없는’ 정보들도 국민 불안을 키우고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터넷 발달과 소통 못지않게 자율적으로 (문제점이) 규제되고 사회적으로 자제되는 분위기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린 인터넷의 빛과 그림자를 다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국가 간 협력이 시급하며, 그 작업에 한국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가 국제 공조의 고리 역할을 맡아 줄 것도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우수한 정보 인프라와 인력,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한국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기술 협력이 추진되길 바란다”는 ‘비즈니스 발언’으로 환영사를 마쳤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개회식 연설을 통해 “신뢰는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대들보”라고 강조하며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등 인터넷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같이 강구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개회식이 끝난 뒤에는 ‘미래경제 성과와 사회복지 향상’ 라운드 테이블을 처음으로 이틀간의 일정이 시작됐다.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장관회의는 총 5개 주제로 나뉘어 토론이 진행되며 18일엔 ‘서울선언문’이 채택된다. ‘서울선언문’엔 향후 10년 인터넷 경제의 큰 틀을 규정할 원칙이 담기게 된다. <관계기사 e3면>

42개국에서 온 정부 대표단 인사들과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대표 선수들은 첫날부터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미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케빈 마틴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경쟁이 확보되는 시장이 규제되는 시장보다 낫다”며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틴 의장은 “경쟁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혜택도 제공한다”며 “사업자들이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엑스에선 공식 행사와 더불어 최신 IT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월드 IT 쇼’가 동시에 막을 올렸다. 국내외 IT·인터넷 기업 700여 곳이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다.

글=이상복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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