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슈워브 비공식 회동 미국 측 진전된 수정안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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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협상을 하고 있는 김종훈(右)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左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비공식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슈워브 대표는 김 본부장에게 기존의 입장보다 진전된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새 제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 3차 협의를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췄다.

양측은 17일 실무 협의를 한 뒤 한국시간으로 18일 아침 장관급 회담을 열 예정이다. 두 차례로 나눠 열리는 이번 협상이 타결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통상부는 “김 본부장이 슈워브 대표와 전화 접촉, 비공식 협의를 했으며 협의 결과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장관급 회담을 하루 연기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USTR 대변인도 “기술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은 미국 측의 새로운 제안이 무엇인지에 모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새 제안이 진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기대와는 거리가 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차 협의에서도 양측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 미국 대표단에 최종 지침을 내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관철시키려는 것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교역한다’는 민간 수출입 업체 간의 자율규제를 미국 정부가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통해 ‘1년 이상’ 보증하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수출보증 프로그램만 도입되면 사실상의 재협상 결과와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이미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을 뒤집게 되고, 국제 통상법과도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정부가 월령 표시기간을 1년 이상으로, 미국은 120일로 주장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수출업계가 EV프로그램을 만들어 당국에 인증을 요청할 경우 정부의 개입 문제는 일단 비켜 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단순히 인증을 해 주는 수준이냐, 상습 위반 업체에 대한 제재까지 포함하느냐 같은 조건에 따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말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의 중진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한·미 양국 수출입업체 간의 민간 합의를 전면 지지한다”며 “쇠고기 추가 협상에서 양측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백 의원은 “미국은 3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출하게 될 것”이라며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면 상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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